TV에서 방영하는 어린이 만화영화중 대부분은 해외에서 수입한 것들이다.
미국 만화영화로는 ‘하이랜더’와 ‘세계명작만화’등 디즈니류가 있으며, 일본 것으로는 ‘날아라 번개호’, ‘꾀돌이 삼총사’, ‘독수리 오형제’, ‘축구왕 허리케인’, ‘달려라 또뽀’등이 있다.

요즘은 유럽등 다른 국가의 것도 가끔 들어오지만 말 그대로 어쩌다가 일뿐, 아무래도 미·일 두 나라의 작품이 주류를 이룬다. ‘보거스는 내친구’란 만화도 우리나라와 합작하여 제작하였다는 말이 있으나 주인공의 사고방식, 배경, 문화 등에서 완전한 미국만화이다. 전 방송사를 통틀어 국산만화란 KBS2에서 외주제작한 ‘두치와 뿌꾸’ 한 편이 있을 뿐이다. 그것도 일주일에 단 하루, 금요일에만 방영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말을 못한다. 재미있는 만화가 도중에 방영중지 되었다고, 가위질이 심하다고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항의하는 애들은 없을 것이다. 현재 방송국에 영향을 끼칠만한 ‘여론’이란 YMCA단 한곳을 들수 있을 정도이다. 그나마 YMCA도 단지 학부모의 입장에서 만화의 유해성, 폭력적인 장면등만을 따질 뿐이지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주는 것은 아니다.

설사 시청자의 입장에서 이런저런 의견이 있다한들, 방송사는 냉담하다. 방송사들이 PC통신에 개설한 코너들에 의견들이 쏟아지지만, 성의있는 응답이라고 하기엔 올해 초 MBC가 아이들의 열화와 같은 요청에 따라 ‘나디아’를 재방영토록 한 것 뿐이다.

제작한지 10여년이 넘는 만화들도 태연히 틀어준다. 얼마전에 방영이 끝난 ‘이상한 나라의 폴’, 그리고 지금 방영중인 ‘달려라 번개호’, ‘독수리 오형제’등은 가히 전설적인(!) 작품들이다. 불쾌감이 느껴질 정도로 화질이 엉망인 경우도 있고, 장발에다가 나팔바지를 입은 주인공이 첨단과학시대의 표본인양 등장하기도 한다.

반면 검열은 엄격하다. 미국쪽 것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문화에 대해선 관대하기 때문에 나은편이지만 (화면에 영어가 나온다고 삭제되는 일은 없으니까) 일본만화들은 ‘수정’을 피할 도리가 없다. 일본글씨, 일본옷, 일본식 이름등은 철저한 삭제와 개조의 대상이다.

우측에 있는 운전석을 그림을 반전시켜 우리나라처럼 좌측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그래서 왼쪽에서 운전하던 사람이 오른쪽 문으로 내리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한다. 괴물이 나타나서 주인공이 칼에 손을 대자마자 다음장면엔 괴물이 이미 쓰러져 있는, 그런 장면이 매일 반복되던 만화도 있었다. 그렇게 가위질을 하지만 문화침투는 막을수 없다.

피구왕 통키의 본명이 탄평(탄뻬이?)이고 포항제철 축구팀의 상징 아톰은 일본만화 캐릭터이며 은하철도999와 마징가Z의 노래들은 일본만화 주제가의 표절임을 아이들이 자라서 알게되면 얼마나 충격을 받을까. 일본과 치열한 월드컵 유치경쟁을 벌이는 와중에서 떳떳하게(?) 방영되던 축구만화의 등장인물들은 일본의 축구스타 누구누구가 모델이라는 사실을 알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어린이들은 누구보다도 방송매체의 영향을 쉽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나라의 정서를 담은 우리 국산만화의 제작과 방영이 활성화 되어야만 하겠다. 올해 광복절에도 혹시나 특선만화랍시고 일본만화를 틀어주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은 이제 더 이상 하지않아도 좋을만큼 방송사에 대한 신뢰가 생길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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