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통신이 최근 통신시장 개방 등 밀어닥치는 ‘외풍’에 대비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연합통신은 무엇보다 외국의 거대 통신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통신 서비스의 경쟁력 강화가 유일한 방안이라고 판단해 자체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한편, 사업 다각화에도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연합통신은 우선 지금껏 언론사에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아온 통신전재료에 대한 수입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대신, 전문화된 정보 서비스를 통한 고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수입 전략을 짜놓은 상태다.

연합통신의 지난해말 총수입에서 언론사를 상대로한 통신전재료의 비율은 38.5%. 연합통신은 올해말까지 이같은 언론사 통신전재료를 35%로 끌어내리는 대신 외환, 자금, 채권, 주식 등 경제및 금융정보 전문 서비스 상품인 인포맥스(Infomax) 보급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말까지는 5백대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합통신이 인포맥스 보급에 주력하는 데는 경쟁상대인 로이터 등 외국의 거대통신사들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적’으로부터 배우고 있는 셈이다.

80년대 이후 국제 통신서비스 시장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인터네트’의 구축, 위성방송 등장 등 급변하는 뉴미디어 산업 기술은 세계 각국의 시간과 거리를 좁혔으며 이는 결국 과거 해외정보의 독보적 존재였던 통신사의 기능을 잠식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종
합정보 서비스가 통신사만의 ‘불가침 성역’이 아닌지 오래된 것이다.

결국 위기의식을 느낀 외국 거대통신사들은 사업 다각화에 뛰어들어 고부가가치의 금융 및 경제정보 서비스라는 ‘오아시스’를 찾기에 이르렀다. 그 선두 대열에는 영국의 로이터가 서 있다. 지난 75년 경제·금융 전문 정보서비스인 ‘모니터’를 개발한 로이터는 해마다 정보의 질과 공급체계를 혁신해 지난해 매출액이 2조7천억원에 달하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로이터는 ‘모니터’ 서비스 등을 통해 국제 금융정보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의 좁스 사장은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해 “로이터의 전체 매출액 가운데 언론사에 뉴스를 공급해 얻는 수입은 10%에 불과한 반면 90%는 금융정보 서비스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로이터통신이 한국내 자회사를 통해 직접 한글뉴스서비스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아직도 감정 대립이 계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배워야 할 것은 배워야 한다”는 것이 연합통신측의 분위기인 것이다.

연합통신은 지난 91년말 자체 개발한 인포맥스를 명실상부한 경제및 금융전문 정보 서비스 상품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지난 7월부터는 윈도우 환경의 인포맥스Ⅱ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연합통신이 이처럼 인포맥스 보급에 주력하는 데는 98년 통신시장의 부분적 개방이 이뤄지기까지 국내 금융경제 정보시장에 대한 인포맥스의 장악력을 높여 외국 통신사의 잠식을 최대한 막아보자는 뜻이 담여있다.

연합통신은 인포맥스 보급 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무선호출기를 통해 외환및 금융정보를 전해주는 텔레레이트 정보 무선호출서비스인 TIPS를 시작한 것을 비롯해, TRS(주파수공용통신) 등 신규통신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업계의 컨소시엄에 소액주주로도 참여했다. 중소 기업 홍보를 대행하는 기구를 발족한 것도 수익을 고려한 시도이다. 최근에는 연합통신 기사를 컴퓨터 통신망을 통해 일반 독자들에게 서비스하는 방안 등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월부터 이같은 신규사업 기획 등을 전담하는 연합발전기획위원회의 박태룡위원장(기획실장)은 “통신시장 개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활로를 개척하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통신사의 특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다양한 신규사업을 벌여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8월말께부터 논란을 빚고 있는 연합TV뉴스(YTN) 사장 선임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연합통신의 인사, 경영권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 연합통신의 자구 노력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의지에 따라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연합통신은 올해 초 신규 사업 투자를 위해 증자를 추진해 왔으나 정부가 이를 허용치 않아 흐지부지됐었다. 그런데 이번 YTN사장 선임과 관련해 연합통신 노조가 반발하는 등 문제가 확대되자 8개월이 지난 지금에 와서 정부가 다시금 부랴부랴 증자문제를 검토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연합통신의 자구책이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의 여부는 어쨌든 정부의 의지와 태도가 최대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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