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 여의도 KBS 본관 3층 제1회의실에서 열린 KBS 임시 이사회에서 정연주 KBS 사장의 해임 제청안 상정에 반대하다 오전 11시55분께 퇴장한 이사 3명이 퇴장 직후 본관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 중인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상임운영위원장 성유보) 소속 회원들을 상대로 회견을 열어 퇴장 이유를 설명하고 안건 상정 자체의 부당성과 절차상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해임 제청안은 오전 11시30분께 상정됐으며 회의실 밖에는 100여 명의 경찰 병력이 위치했다고 이들은 전했다.

   
  ▲ (왼쪽부터) KBS 이기욱 이사, 남윤인순 이사, 이지영 이사  
 
이기욱 이사(법무법인 창조 대표변호사)는 "지난 2000년 여야 합의로 통합방송법을 제정하기 전엔 (KBS 사장을 대통령이) '임면'한다고 돼 있었던 것을 통합방송법에서 '임명'한다로 바꾼 건 공영방송 KBS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고 언론 자유의 지평을 넓힌 소중한 자산"이라며 "KBS 이사회가 제청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건 방송법 정신상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보장해야 할 감사원이 공영방송 사장의 해임을 요구하는 결정을 내린 건 정부의 언론 탄압에 이용당하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감사원이 정 사장의 비위가 현저하다고 하는데 개인 비리나 부패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KBS 이사회가 감사원의 위법 안건을 상정한 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성토했다.

남윤인순 이사(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경찰력이 이사회장 앞을 지키고 있어 어떻게 된 거냐고 묻자 일부 이사들이 신변 위협을 느끼고 시위대가 회장에 난입할 것이 우려돼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답했다"며 "신변 보호를 할 정도면 이사회가 부당하단 얘기인데 공권력이 있는 상태에서 이사회를 진행하는 건 치욕이라고 판단, 이사회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문제 제기하다 수용이 안 돼 퇴장했다"고 밝혔다.

남윤 이사는 안건을 표결로 상정한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는 "각 KBS 이사는 각계 대표성을 갖기 때문에 합리적 토론이 돼야 하는데 어제(7일)는 집회 참가자가 강제 연행됐고 오늘(8일)은 공권력 속에서 이사회가 진행됐다"며 "이사회의 한계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 이사(한미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안건이 정해지면 절차상으로 회사(KBS)에 서면으로 통보하게 돼 있는데 이 같은 절차가 안 지켜졌고 안건 내용에 대해서도 국민이 판단할 수 있도록 논의하자고 했지만 다수가 이사들이 알아서 판단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받아들이지 않고 이사회를 진행했다"면서 "의사 진행에 동의할 수 없어서 퇴장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이 퇴장한 뒤 박동영 이사(뉴스통신진흥회 이사)까지 이날 낮 12시10분께 퇴장함에 따라 제청안 상정에 반대해온 이사 4명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정 사장 해임 제청안은 남은 친여 성향 이사 6명 모두의 찬성으로 낮 12시40분께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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