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사장을 몰아내기 위해 벌어지는 권력의 횡포는 너무 치졸하다. 권력기관과 유사 권력기구들이 총동원되어 칼질을 해댄다. 검찰, 경찰, 감사원 등은 마치 골빈 로봇처럼 일사불란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한자리씩 차지한 전직 교수, 지식인들도 악취 나는 말과 행동에 몰입해 있다. 방송 장악과 촛불 끄기에 총동원된 군상들은 지난 10년 동안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견뎠을까 할 만큼 독재 지향적 체질을 유감없이 뽑낸다. 현행법과 관행, 외국의 선진화된 사례를 외면한 채 마치 쿠데타 세력이나 정복 군처럼 설쳐대고 있다. 그들은 소름 끼칠 만큼 저질스럽고 흉물스럽다.

진보 정권 10년을 지나면서 그래도 민주주의 구조가 웬만큼 굳어졌나 하는 기대가 컸다. 공직사회에서나 지식인 사회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기초 소양 정도는 다져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지난 10년간 민주주의 훈련을 했을 공직사회의 공복들이 군사 독재시절의 수법을 꺼내 휘두르는데 앞장을 선다. 검찰, 경찰, 감사원에는 독재사회를 지탱하던 악성 세균이 득실대는 곳인가? 한 때 그래도 공복과 같은 흉내를 내던 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흘러간 레코드를 소리 높이 틀어대면서 춤을 추고 있다.

   
  ▲ 방송장악·네티즌탄압저지범국민행동(상임운영위원장 성유보)이 8일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정문 앞에서 KBS 이사회의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천정배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원장이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그들은 손바닥으로 해를 가리고 눈감고 아웅 하면서 청와대만을 만족시키기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헌법과 인권 등 민주주의를 숨 쉬게 하는 기초 양식을 그들에게서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짓밟히는 일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데도 현 정권 어디에서도 찍 하는 소리하나 들리지 않는다. 범죄 집단이 풍기는 공포스런 분위기, 일사불란한 집행력 등이 돋보일 뿐이다. 그들은 민주사회와 그 시민을 폭행하면서 조롱하고 있다.

이 나라에 그래도 민주주의 토대는 굳건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민들의 피와 땀으로 이룩된 민주주의 구조가 한줌도 안 되는 소수의 청와대 하수인들에 의해 사정없이 짓밟히고 있다. 이 나라는 수많은 민초들이 민주화를 위해 엄청난 피를 흘렀다. 그들의 희생으로 민주주의가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벌어지는 현실은 어떤가? 매일 민주주의의 공든 탑이 한겹 한겹 무너져 내리고 있다. 공든 탐이 쌓기는 어려워도 무너져 내리는 것은 이토록 허망한 것인가?

현 정부는 대통령부터 주요 권력기관의 책임자들이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체질은 아니다. 그들은 과거 독재정권 시절에 걸 맞는 가치관, 사고방식을 지녔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 제도적으로 민주주의를 훼손치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거짓말, 말 바꾸기, 자기 사람 심기 등은 일상적으로 되풀이 하면서 민주주의 분위기를 황폐하게 만드는 중이다. 그들의 시대착오적인 자질, 기만적인 정치 행위는 사회적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 고승우 논설실장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탁한 정치, 무능한 정치가 거듭되면서 현 정권은 ‘부정직한 정치 집단’으로 규정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이 대통령을 지지했던 시민사회가 등을 돌리고 그에게 out을 외치고 있다. 현 정권은 지난 20여 년 동안 누적된 민주화 체제 속에서 집권 중이다. 그러나 청와대와 그 하수인격 권력 조직체들은 민주주의 절차를 생략, 왜곡하고 있다. KBS 사장을 도륙 내기 위해 해서는 안 될 일을 백주 대낮에 벌이고 있다. 법에도 없는데, 대통령이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고 쌩 억지를 부린다.

시민사회는 기존의 정치권과 언론에 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촛불 현장이 바로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정치와 언론의 ABC다. 시민사회는 타락한 대의민주주의에 반발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정보 전달, 의사소통 방식으로 촛불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권과 언론은 전자직접 민주주의에 걸 맞는 쪽으로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그러나 집권층과 조중동은 시대 변화에 역행하면서 경찰과 검찰 력으로 시민사회의 목을 조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방치되면 시민사회의 욕구가 폭발적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청와대는 각성하라, 그리고 KBS 사장 압살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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