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비서실의 한 고위관계자는 19일 “중앙일보가 삼성그룹 경영에 도움이 안된지 오래다. 언론재벌들이 굳이 중앙일보와 절연하라고 촉구하지 않아도 삼성은 중앙과의 분리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과 중앙일보는 지난 94년 ‘분리 계획서’를 내놓았다. 이 계획에 따르면 삼성은 96년까지 중앙일보 주식을 완전 매각하고 언론재단 등을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이 계획이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것이 중앙일보와 삼성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아직까지 96년이 다 가지 않은 만큼 더 지켜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중앙일보 분리작업이 ‘현실’로 진행되고 있진 못하다. 매각을 약속했던 중앙일보 소유의 운현궁 ‘중앙문화센터’ 부지나 연포휴양소 등이 여전히 중앙일보 소유인데다 주식 변동 움직임도 없다. 지난해 12월 삼성언론재단을 설립해 기자연수 등에 나서고 있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띌 정도다. 삼성언론재단도 중앙일보와 삼성그룹의 분리작업과 연관해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은 지난 6월말을 전후로 중앙일보 전체 주식에 대한 재평가 작업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주식 재평가 등 분리 작업은 중앙일보 보다는 삼성그룹에서 주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중앙일보에선 일부 고위 임원들이 간여하고 있는 형태다.

분리작업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현재 삼성그룹에서 등을 돌린 제일제당 주식 처리 문제. 이병철 회장의 장손인 이재현씨가 소유하고 있는 제일제당은 다른 어느기업보다 강한 ‘반삼성’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일제당은 중앙일보 주식의 22%를 소유, 이건희 회장(26%) 다음의 대주주다. 제일제당은 직간접으로 중앙일보 주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일보와 삼성 내부에선 어떤 형태로든 제일제당 주식에 대한 ‘해법’을 내놓아야 할 형편이다.

사들이던지 아니면 증자를 통해 제일제당 주식을 무력화시키는 두 가지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앙일보 분리과정에서 홍석현 대표가 어느정도 지분을 확보할지도 관심거리중의 하나. 경영권을 쥐고 있는 홍 대표가 ‘소유권’까지 확보하게 될 정도의 ‘지분’을 가질지 현재로선 속단할 수 없는 상태다.

이건희회장이 중앙일보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중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데다 ‘개인’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것 보단 별도 ‘재단’을 설립해 중앙일보를 독립시키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이 삼성그룹내의 시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벌어진 신문전쟁의 여파로 분리작업의 속도가 더해질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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