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가판시장이요. 솔직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도 잘 모릅니다.” 입사 경력 14년째에 접어든 한 종합일간지 판매국 차장의 고백이다. 그만큼 신문가판 조직은 복잡하다.

각 신문사 판매국과도 별반 관계가 없는데다 10여개 업체가 난립해 그 전모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속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서울시내 신문 가판 조직이 ‘복마전’이라고 쉽게 단정한다. 하루에 수십억원의 현찰이 오가는 신문가판시장은 크고 작은 조직간의 끊임없는 이합집산과 암투를 거듭하고 있으나 그간 ‘법률의 사각지대’로 방치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검찰은 5일 서울시내 대표적인 신문가판 사업자 중의 한명인 김기영 서울시부의장 (한국신문판매주식회사 회장)을 구속했다. 구속 배경을 둘러싼 갖가지 억측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가판업자들은 향후 검찰의 수사 확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김 부의장의 구속을 계기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신문가판 시장의 현주소를 점검했다.


중앙일보 판매국 부장인 임모씨(45세). 서울시내 신문가판시장에선 이른바 ‘황제’로 불린다. 88년 7월 가판 업계의 실력자로 인정을 받아 중앙일보에서 임씨를 전격 스카우트했다. 신문 판매 관계자들은 당시 이를 일대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전례도 없을 뿐 아니라 그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서울시내 가판 시장의 50% 이상을 임모씨가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앙은 임모씨의 ‘영입’과 함께 가판시장에서 상당한 부수 확장을 올렸다는 후문이다. 지금도 종합지 가운데 중앙일보는 수도권 가판 판매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신문지면 못지 않게 가판조직이 탄탄한 것이 한 요인임은 물론이다. 중앙일보의 가판 업자 스카우트가 곧바로 판매부수 신장으로 연결되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우선 서울시내 가판시장의 현주소를 파악해야 한다.

서울시내 가판 시장은 외형적으로는 공익적 성격이 짙은 단체가 임대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러나 속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익 단체를 등에 업은 신문판매업자들이 ‘황금 분할’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가판시장은 크게 지하철과 국철로 나뉜다. 우선 지하철 신문가판 시장을 들여다보자.

현재 지하철 구간 신문판매에 관여하는 단체는 7군데. 부녀복지연합회, 장애자재활협회, 한국복지재단, 보훈회, 농아복지회, 청각장애자회, 경우회등이 각 구간별로 운영권을 행사하고 있다(표 참조).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이들 단체는 대부분 장애자나 보훈단체들이다. 경우회는 전직 경찰관들의 모임이다.

이는 지하철 신문판매업이 자유로운 시장경쟁 질서에 의한 수익사업 개념으로 보기보단 장애자나 보훈대상자들의 생존권 보장차원에서 특수수익 사업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들은 서울시에서 규정한 ‘공공시설 내의 신문판매등에 관한 조례’에 의거해 지하철공사와 임대계약을 맺고 일정 구간에 대한 신문판매권을 행사한다. 현재 상태에서 이들 7개 단체의 신문판매권은 철저히 보장돼 있다. 서울시 조례상 지하철 신문판매 계약은 매해 1회 체결하도록 명시하고 있으나 임대운영단체가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단서조항인 경과규정에 ‘현 계약자들은 계속할 수 있다’고 적시해 신규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서울시의회는 조례개정을 추진했었다. 그러나 서울시의회는 신문가판업자들의 신경을 건드렸다가 망신만 당했을 뿐 조례 개정은 무산됐다. 당시 서울시의회가 신규사업자들의 참여를 사실상 허용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자 신문판매업자들은 연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항의시위와 농성을 벌였고 중증 장애자들이 주축이 된 시위대들이 한동안 서울시의회 앞에 진을 쳤다. 가판업자들은 이번에 구속된 김기영 서울시의회 부의장이 자신의 이권 확대를 노려 은밀하게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는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신문판매에 관여하고 있는 단체는 내부에 신문판매 전문가가 없다. 이에 따라 신문판매시장에 이해도가 높은 외부인사를 사업부장 혹은 신문부장등의 직책으로 특채해 사실상 이들에게 신문 판매를 일임하고 있다. 각 단체의 신문판매 담당자들은 신문판매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신문판매의 전권을 행사한다. 단체에 따라 사정이 다소 다르지만 이들은 각 신문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가판총국장들로부터 신문을 넘겨 받아 일선 가판업자에게 신문을 보급하고 자신들의 담당 구역을 관리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변칙적인 수법을 동원해 부당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는 것이 판매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우선 지국으로 내려간 신문들을 비밀리에 사들여 가판시장에 되파는 방식이다. 확장지 등 지국에서 남는 신문들을 수십원대의 헐값으로 사들여 제값(한부당 3백원)에 판다. 각 신문사들은 이를 방지하기위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으나 현장 포착이 쉽지 않다고 하소연한다.

또 한가지 방법은 신문을 공급하는 총국으로부터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이다. 직영 가판을 두지 않은 채 각 신문사와 계약을 맺고 있는 총국들은 신문판매에 거의 모든 것을 각 단체 신문판매 담당자들에게 일임할수 밖에 없다. 이들이 얼마만큼 신경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신문판매량은 큰 차이를 보인다. 고정적으로 각 신문사 총판은 이들에게 음성적인 자금을 건네준다는 소문도 나돈다. 실제로 일부 신문은 총판장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을 경우 가판에서 신문이 자취를 감추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세번째는 일선 가판업자들과 짜고 가짜 영수증을 만들어 소속 단체에서 내려오는 신문지대를 중간에서 가로채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신문 한부당 1백50원을 소속 단체에서 받아 가판업자에겐 1백 30원에 공급하고 20원을 챙기는 것이다. 이들의 부당이득은 지난 14대 국회에서 내무위 소속 의원들이 서울시 등의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5일 검찰발표에서도 이러한 비리는 일정부분 확인됐다. 구속된 사람중의 하나인 한국보훈복지공단 지하철 3호선 임대사업자인 이숭인씨(56)의 경우 보훈복지공단의 정식 직원이 아니면서 복지공단 신문판매권을 불법전대 받아 운영해오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 사실이 지적되자 보훈복지 공단 직원으로 채용돼 영업권을 계속행사해 수익금 가운데 3천여만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다는 것이다.

지하철 구간이 7개 단체가 운영권을 행사하는데 반해 국철구간은 사정이 다르다. 철도청 산하 홍익회 관할이고 신문 판매를 전담하는 업체가 정식으로 설립돼 있다. 지난 89년 기존의 판매업자들이 신문판매회사인 주식회사 합동을 설립했고 올해 7월에 주식회사 금국통상이라는 업체가 이 노선에 뛰어들었다.

청량리-성북, 구로-인천, 구로-남영, 구로-수원등 국철구간은 합동이 태동한 이후 4개월만에 홍익회 1일 신문판매량이 2만 7천부에서 8만부로 증가하는 등 급속한 시장 확대 추세를 보였다. 사실상 가판시장의 기초를 다진 셈이다. 그러나 올 7월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총판장이 연합해 설립한 금국이 태동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약 4만부 가량의 신문이 금국에 넘어가면서 두 회사간의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7월 3일 일부 지하철 구간에서 벌어진 일간스포츠와 조선일보 가판 싹쓸이 사건도 두 회사간의 경쟁에서 빚어졌다. 금국이 4개월간의 준비끝에 홍익회와 조선일보, 스포츠조선,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코리아 헤럴드 등에 대한 독점 납품 계약을 체결하자 합동측이 반발, 이들 신문들을 매점했다는 것이다. 당시 금국측은 합동이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총판장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였다고 분석했었다. 실제로 합동은 금국의 출범이후 경영수지가 악화됐다는 후문이다.

합동과 금국의 인적 구성원은 지하철 구간에서 신문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업자들과 동일하다. 신문사
총판장, 가판장 여기에 각 단체 신문부장 등이 대표이사, 이사 등을 맡고 있다. 합동이 대략 친중앙일보, 동아, 서울측 인사들이 많고 금국은 친조선, 한국 성향이다. 5일 구속된 김기영 서울시 부의장도 인척들을 통해 금국의 일정 지분을 갖고 있었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가판시장에서 하루에 판매되는 신문은 대략 50여만부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중앙, 조선, 동아, 한국, 한겨레, 경향 등 종합지들이 15만부 안팎이고 3개 스포츠신문이 35만부 내외, 여타 경제지와 주간지 등이 2천5백여개의 가판대를 통해 판매된다. 이른바 소판으로 불리는 가판대의 월 수입은 위치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시청, 서울역, 사당역 등 승객유동량이 많은 지하철역이나 신촌, 강남 일부 지역은 평균 수백만원대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문 가판시장은 현재 지하철 2기 노선이 속속 완공되면서 더욱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불우 독립유공자 가족이나 장애인, 65세이상의 생활보호대상자, 모자 가정의 여성 등을 새로 신설되는 지하철 노선 가판업에 우선적으로 참여할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그러나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가판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는 대책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가판신문 유통경로

가판신문은 신문사-총판-공급업체-중판-소판의 유통경로를 밟는다. 각 신문 총판은 본사와 계약을 맺은 신문 납품 계약에 따라 신문을 가져와 이를 공급업체에 보급한다. 이는 다시 서울시내의 주요 길목마다 위치해 있는 중판에 넘겨진다. 중판은 일정 규모 이상 신문사들의 경우 서울시내 기준으로 20여개를 확보해두고 있다. 중판은 다시 이를 가판(소판)으로 배달한다. 단계마다 신문 납품 단가 차액을 남긴다.

각 신문의 최초 신문 납품 단가는 종합지가 대략 1백71원선. 신문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올해 9월 기준으로 대략 이 가격에 총판에 신문이 넘어간다. 판매가격인 3백원 보다 1백29원싼 셈이다. 경제지도 종합지와 마찬가지다. 영자지는 부당 4백원인 것을 감안해 종합지보다 높은 2백21원선. 가장 높은 가격에 납품되는 신문은 역시 스포츠지. 한부당 2백23원선이다. 스포츠지도 영자지와 함께 1부당 4백원이다. 가판시장에서 스포츠지는 종합지에 비해 약 3배 이상 많이 팔린다. 그러나 신문가판시장 현황을 명확히 밝혀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총체적인 가판시장 규모는 파악하기 어렵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