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언론의 존재를 문제 삼는 언론재벌들이 왜 자신들의 ‘역사적 행태’는 자성하지 않는가.” 중앙일보는 아니지만 다른 재벌언론사에 몸 담고 있는 한 편집국 부장은 이번 ‘신문대란’에 언론재벌의 자성이 빠져 있다며 이렇게 반문했다.

진지한 자성이 전제되지 않는 비판은 나이트클럽 영업권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굳이 이같은 냉소적 비유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최근 조선·동아·한국 등 일부 신문이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재벌언론과 삼성그룹’에 대한 비판 기사는 ‘논지’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선뜻 동의하기 힘든 부분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일관성이 결여돼있다. 단적인 예로 ‘보급소 살인사건’이 터진 이후 각 신문에서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바른언론시민연합에 대한 보도 자세를 보자. 이 단체는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사의 세무조사, 사이비 기자 문제등 주요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왔다. 이를 비중있게 보도한 신문사는 그동안 거의 없었다.

그러나 각 신문들은 17일 살인사건과 함께 바른언론이 중앙일보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대부분 사회면 머릿기사로 다루고 이 단체의 성명 전문을 전재하기까지 했다.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시민언론단체의 ‘대의’를 이용한다는 혐의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 단체가 최근 중앙일보와 명예훼손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어야 했다.

삼성에 대한 비판기사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사회면, 경제면, 국제면까지 장식할 정도로 ‘천지’에 널려 있는 삼성그룹의 그릇된 행태를 그간 전혀 몰랐을리가 없다.

‘신문대란’이 기본적으로 각 신문사의 패권경쟁의 연장선상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경위가 어찌됐든 한국언론의 금기로 치부되어오던 재벌언론의 문제가 보도대상이 되고 ‘동업자 봐주기’식의 보도관행이 이번 기회를 계기로 ‘균열’ 조짐을 보이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자기 입맛’에 따라 신문 지면을 ‘사익(社益)’에 이용하는 고질적인 한국언론의 병폐가 또 다시 되풀이된 것은 쉽게 지나칠수 만은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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