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겨레신문의 ‘재벌언론의 경품살포’를 지적한 기획물, 조선·중앙·동아일보간의 ‘콩기름 잉크’ 공방, 가판신문의 사재기 사태 등 ‘전쟁’은 다양한 전선에서 격렬한 양상을 띠면서 진행되고 있다.
신문사간의 이런 격전은 지난해 중앙일보가 PC통신의 조사결과를 인용, 자신들이 가장 읽기 편한 신문이란 내용을 1면에 게재한 데 대해 다른 신문사들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불붙은 경쟁양상과 흡사하다.

한겨레 ‘재벌언론 경품살포’기획

한겨레신문은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5차례에 걸쳐 ‘신문전쟁’이란 제목의 연재기획을 게재했다. ‘신문전쟁’의 요지는 재벌언론들의 경품살포와 무가지 투입으로 신문시장의 질서가 어지럽혀지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한겨레신문은 이 기사에서 특히 중앙일보,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재벌을 모기업으로 삼고 있는 신문들의 경품살포 실태를 적나라하게 적시했다. 이 기사는 재벌언론의 경품살포 문제가 한겨레신문을 비롯한 그외 신문에 얼마나 위기감을 주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 기사가 연재되자마자 여러차례 임원회의를 갖고 대책마련에 부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앙일보는 한때 한겨레신문에 대한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일단 법적 대응은 보류하고 10일 항의의 뜻을 담은 공문을 한겨레신문측에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 돼가고 있다.

이와관련, 중앙일보측은 “본사 차원에서 지원한 경품은 일체없다”며 “한겨레신문의 기사가 근거없이 중앙일보를 음해하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경향신문과 문화일보는 내심으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우리와 별 상관없다”는 태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반해 이 신문들을 제외한 다른 신문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속이 시원하다”는 것이다. 다른 신문들은 “우리도 경품을 뿌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물량면에서 상대가 안된다”며 자신들의 경품 살포는 ‘방어용’이라는 논리를 폈다.


콩기름 잉크 국내최초 사용 공방

중앙일보가 조선일보의 ‘콩기름 잉크 국내최초 사용’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에 대해 조선일보는 “너무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선일보측은 지난번 학교정보화 사업인 ‘키드넷’ 사고를 내자 중앙일보가 재빨리 ‘IIE’로 맞대응을 했던 사실을 거론하며 “경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룰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앙일보 기자들도 이번만은 자기 회사를 변호하는 데 인색한 모습이었다. 기자들은 “콩기름 잉크를 쓴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최초로 사용한다는 사실에 왜 이렇게 경영진이 집착하는지 모르겠다”며 “결과적으로 망신만 당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조선일보가 그동안 사용한 화학잉크를 공해물질이니 하며 폄하하는 것도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조선일보가 12, 13일 잇따라 삼성그룹을 공격하는 기사를 게재한 것에 대해서는 “지면을 이용한 횡포”라고 반발했다.

동아일보가 13일자 사회면을 통해 화학잉크가 공해와 무관하며 “콩기름잉크로 인쇄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수지안료에 콩기름안료를 적당히 섞어 사용하기 때문에 보통잉크와 별다를 바 없다”고 ‘콩기름잉크’ 깎아내리기에 열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도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가판의 사재기 사태에 대해선 “언론이 다른 분야의 시장질서에 대해선 시시콜콜 따지면서 정작 자신들의 시장질서는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사태를 지켜본 많은 언론계 인사들은 “경쟁의 원칙과 윤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이런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은 사라져야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문협회가 조정기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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