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협회(회장 엄기영)가 31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총회를 열고 방송법 개정 등 최근 방송 현안과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는 결의문을 내놨다.

방송협회가 긴급 총회를 연 것은 지난 80년대 이후 20여 년 만으로 이례적이다. 이날 총회에서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최근(7월29일) 입법 예고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등을 비롯해 최근 방송 현안 전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 이치열 기자 truth710@  
 
이들은 '방송법 개악과 최근 방송 현안에 대한 한국방송협회 결의문'에서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한국방송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특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중 대기업의 지상파·종합편성 채널사용사업자(PP) 진입 기준을 대폭 완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결의문에서 이들은 "방통위가 대기업에게 방송 진출의 문턱을 대폭 낮춰준 것은 대기업에 전국적 기반을 갖는 종합편성 PP 또는 보도전문 PP를 허용함을 의미한다"며 "이는 신문방송겸영의 기반을 구축하고 공영채널의 민영화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의도 아닌가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의 진입 상한을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키로 한 현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대자본의 방송진출이 현실화되면서 대기업의 여론 장악과 여론 다양성 위축으로 이어지고, 자본과 언론 권력의 결합이라는 사회적 병폐를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엄기영 방송협회 회장이 긴급 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치열 기자.  
 
이들은 결의문에서 "방통위가 시장경제와 규제완화를 내세우면서도 지상파방송에는 여전히 무리한 규제를 강요하고 있다"며 "대기업, 케이블방송, 통신업체들에만 규제를 풀어주는 불공정성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방통위가 금번 방송법 시행령의 개정에 있어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한다"며  △종합편성 PP의 소유 진입 제한 완화를 전면 재검토 △종합편성 PP의 승인제를 허가제로 변경 △지상파 방송에 대한 역차별 규제 대폭 완화 △디지털 전환 등을 위한 재원확보 지원 정책 제시 등을 촉구했다. 또한 결의사항 마지막으로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소속 회원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방송협회 쪽 관계자는 "(결의문 내용은) 애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우려 표명에서 지상파 방송환경 전반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으로 확대됐다"며 "곧 방송통신위원회에 결의문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방송협회 결의문 전문이다.

<방송법 개악과 최근 방송 현안에 대한 한국방송협회 결의문>

한국방송협회 회원사들은 그동안 급변하는 방송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이 땅의 방송문화 창달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부한다.

또한 방통 융합 시대를 맞아 바람직한 방통 융합 서비스를 시청자에게 제공하기 위하여 신기술과 콘텐츠의 개발에도 많은 노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아 왔다.

하지만 한국방송협회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하는 방송환경의 인위적 재편 움직임을 주시하던 중 특히 7월 29일자로 입법 예고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접하고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방통위가 ‘글로벌 미디어 환경의 조성을 위하여 자본의 유입을 유도하고 방송산업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명분으로 대기업에게 방송진출의 문턱을 대폭 낮춰준 조항을 문제 삼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곧 대기업에 전국적
기반을 갖는 종합편성PP 또는 보도전문PP를 허용함을 의미하며 나아가서는 신문방송 겸영의 기반을 구축하고 공영채널의 민영화의 단초를 마련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방송의 생명과도 같은 공영성은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진입 상한을 3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확대키로 한 현 개정안이 그대로 입법화될 경우 대자본의 방송진출이 현실화되면서 대기업의 여론 장악으로 이어지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여론의 다양성은 위축되고 우리 사회는 자본과 언론 권력의 결합이라는 사회적 병폐를 야기하고 말 것임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업주의와 시청률 지상주의가 극성을 부리면서 우리 방송 문화는 천박한 시장주의의 제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전국에 1600여만 가입가구를 확보한 케이블방송 등 유료매체에 대자본을 바탕으로 한 종합편성PP가 탄생할 경우 온갖 규제의 틀 밖에서 중앙과 지방을 가리지 않고 제어되지 않은 상업주의가 확대될 것이다. 나아가서는 우리 방송의 공공성은 파괴되고 지역 방송의 기반마저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커다란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점 또한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울러 시장경제와 규제완화를 내세우면서도 지상파방송에는 여전히 무리한 규제를 강요하면서 대기업, 케이블방송, 통신업체들에만 규제를 풀어주는 불공정성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공정경쟁 원칙을 적용코자 한다면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담당한 지상파방송에 대한 역차별적 불평등한 규제부터 마땅히 먼저 풀어주고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순리라 할 것이다.

새로 출범한 방송통신위원회는 방통 융합 시대에 우리 방송의 공공성을 더욱 제고하고 매체의 경쟁력도 획기적으로 신장시켜야 할 중차대한 역사적 소임을 맡고 있다고 본다. 방송통신위원회 또한 그 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따라서 한국방송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금번 방송법 시행령의 개정에 있어 더욱 신중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문하면서 다음과 같이 우리의 결의를 밝히는 바이다.

1. 종합 편성 PP의 소유 진입 제한 완화를 전면 재검토하라.

1. 종합 편성 PP의 승인제는 허가제로 변경하라.

1. 매체간 공정 경쟁 및 보편적 공익 서비스의 확대를 위해 지상파 방송에 가해지고 있는 각종 역차별적 규제를 대폭 완화하라.

1. ‘디지털 전환’등 지상파 방송이 당면한 시대적 국책과제를 원활히 이행할 수 있도록 재원 확보를 지원하는 정책을 제시하라.

1.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을 침해하는 일련의 움직임에 한국방송협회 소속 회원사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

2008년 7월 31일

한 국 방 송 협 회

KBS  사장 정연주
MBC  사장 엄기영
SBS  사장 하금열
EBS  사장 구관서
CBS  사장 이정식
FEBC  사장 김장환
PBC  사장 오지영
BBS  사장 임학규
WBS  사장 이관도
KBS부산  총국장 이동식
부산MBC  사장 전용성
대구MBC  사장 김동철
광주MBC  사장 윤영관
대전MBC  사장 유기철
전주MBC  사장 장태연
마산MBC  사장 박노흥
춘천MBC  사장 정흥보
청주MBC  사장 김재철
제주MBC  사장 조승필
울산MBC  사장 이완기
강릉MBC  사장 이채원
진주MBC  사장 정일윤
목포MBC  사장 유창영
여수MBC  사장 서정훈
안동MBC  사장 전우성
원주MBC  사장 김윤영
충주MBC  사장 정수열
삼척MBC  사장 신용진
포항MBC  사장 조학동
KNN  사장 이만수
TBC  사장 이노수
KBC  사장 박흥석
TJB  사장 이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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