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지배주주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희집)가 최근 업무처리지침을 개정, MBC의 경영과 편성에 대한 장악력을 강화하고 있다.

방문진은 지난 12일 정기이사회에서 “기존의 업무처리지침이 불분명해 경영 결과에 따른 방문진의 책임 소재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고 지적하고 “업무처리 지침의 개정을 통해 방문진의 책임을 명확히 하겠다”며 권한 내용과 수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자체 내규인 업무처리지침을 개정했다.

개정된 업무지침의 신설 조항은 방문진의 △결의사항으로 방송의 공적 책임과 이념 구현에 관한 사항 △사전협의 사항으로는 장단기 협의사항, 장단기 투자계획, 임원활동비, 주요규정 신설 개폐, 예결산 관련사항, 임면·보수 등 임원관계 사항 등이며 △보고사항으로 분기별 운영실적 분석, MBC이사회의 주요의결사항, TV라디오 편성계획, 월별 방송심의 평가내용, 관계회사 결산, 평가, 진흥회 요청 사항, 보고가 필요한 사항 등이다. 이같은 조항들의 신설로 MBC는 거의 모든 경영전반에 걸친 사안을 방문진에게 협의, 보고하게 됐다.

또 이같은 방문진의 업무처리지침 개정은 방문진이 신임 이득렬 사장을 선임하면서 신임 사장사장에게 “1년 단위로 연말 업적 평가를 한다” “임기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과 맞물려 방문진의 MBC에 대한 통제 권한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MBC 임직원들과 노조는 “이같은 발상은 방문진의 친정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MBC의 한 간부는 “주주가 직접 나서 사사건건 경영에 간섭을 하겠다는 것은 MBC를 실무부서로 격하시키겠다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기본인 주식회사 제도의 근본 원리를 망각한 행위이며, 과다한 경영 간섭으로 MBC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실추시킬 시대착오적 규정”이라고 규정하고 방문진에 업무처리지침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이와 관련 방문진의 한 관계자는 “MBC의 경영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원하는 차원”이라면서도 “국민의 자산을 위탁받아 책임지고 관리 감독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권리 행사”라며 경영 참여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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