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간첩인가 무장공비인가.

지난 18일 침투한 26명의 조선(북한) 인민군 무장 병력을 어떻게 부를 것인가. 국방부는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북한(조선)의 잠수함 침투는 명백한 무력도발행위인 만큼 그 행위자들에 대한 명칭도 무장간첩이 아닌 무장공비로 표현해 달라”고 언론에 요청했다.

‘공비’는 내란목적의 파괴행위나 요인암살, 테러 등의 임무를 띤 게릴라를 뜻하고 ‘간첩’은 적 지역에서 비밀리에 정보수집활동을 벌이는 첩보원이라고 할 때 이번 강릉 해안으로 침투한 조선(북한) 무장병력은 무장공비라고 봐야한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이번 국방부의 대언론 용어 통일 요청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와 한국일보 등 언론사들은 당초 무장간첩이라고 표현했던 것을 ‘무장공비’로 바꾼 반면 동아와 조선일보, 한겨레신문 등은 ‘무장간첩’을 계속 쓰고 있다.

국방부 발표에 맞춰 무장공비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한 간부는 “국장단 회의에서 명칭 표기를 무장공비로 하기로 결정했다”며 “그들의 정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문사의 입장을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정부의 발표를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무장공비라는 표현을 사용키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무장공비라는 표현이 정확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며 “엄밀히 따지자면 북한(조선) 무장병이라고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일보의 한 관계자도 “여러 정황을 고려할 때 국방부의 입장에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보여 무장공비란 표현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 당국의 발표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비해 동아일보나 조선일보의 경우는 명칭 사용의 일관성, 사실확인 관계를 중시해 ‘무장간첩’이라는 표현을 계속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일보의 한 관계자는 “무장공비란 말의 개념이 명확치 않고 처음부터 무장간첩이란 표현을 사용해 온 만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무정간첩이라고 표기하고 있다”며 “정부가 상황이 확대되면서 무장공비란 표현을 쓰고 있지만 국민들에게는 별다른 차이 없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의 한 간부는 “그들이 어떤 임무를 띄고 침투했는지는 좀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전제한 뒤 “무장 상태나 도주시 허둥대는 모습 등을 볼 때 테러, 요인암살 등 게릴라전을 수행하기 위해 왔다기 보다는 이와 관련된 사전공작을 위해 온 것으로 보여 무장간첩이란 표현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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