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오웰의 소설 <1984년>에 등장했던 ‘빅브라더’가 현실로 나타나는가. 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 문제는 1994년 미 클린턴정권의 암호화계획에서도 또 다시 표면화됐다.

애플 휴렛팩커드 로터스사 등 미국 유수의 컴퓨터업체와 MCI 맥코어 셀룰러사 등 통신사업자들이 1994년초 발표된 클린턴정부의 암호화계획이 프라이버시 침해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취소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클린턴정부의 암호화계획은 음성및 데이타통신을 이용한 도청행위에 대한 근절 대책의 하나로 등장했다. 미국내 이동전화의 도청 또는 컴퓨터데이타의 도용으로 국가기밀이나 개인비밀을 보호하자는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다.

미국 NIST(국가표준기술연구소)가 NAS(국가안보청:National Security Agency)의 자문을 얻어 마련된 암호시스템의 핵심은 전화나 컴퓨터통신 사용자의 양쪽 단말기에 암호화시스템이 내장된 집적회로(보안기)를 부착해 모든 통신내용을 암호화시켜 전달케한다는 것이다. 이때 양쪽의 단말기는 별도의 암호키를 갖도록 해 산업스파이등이 통신회선만으로는 도청행위를 할 수 없도록 기술적으로 제한하게 했다.

하지만 수사기관등에는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통신내용을 청취하고자 할 때 해독키를 사용해 암호정보를 해독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뒀다.

전문가들이 바로 이같은 정부기관의 합법적인 도청행위에 반발했던 것이다. 정부가 국가 안보차원에서 각종 도청행위를 자의적으로 한다면, 기업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주장인 것이다.

그러나 미 클린턴정부의 입장은 단호했다. 최근 몇년동안 미국의 각종 통신시스템은 세계 각국 스파이들의 공략대상이며, 더이상 안전한 통신수단일 수 없다며 암호시스템의 채택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을 재차 밝혔다.

이에 대해 통신전문가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기보다는 정부기관의 도청행위를 합법화시켜주는 제도라며, 이 암호화계획의 중지를 요청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개인과 기업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정부는 막대한 권한소유를 낳게되는 이번 암호계획에 의혹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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