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사회는 노동자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놓을 것인가.

노동정보화사업단 준비위가 지난 9월20일 서울 종로성당에서 ‘정보화와 사회변동, 그리고 노동자’를 주제로 가진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은 정보화사회는 기본적으로 ‘과학기술혁명 성과의 자본주의적 이용’이 주는 사회적 영향과 충격의 문제로 파악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또 노동자들은 낙관이나 비관의 극단적 입장에 서기보다는 노동자의 참여와 개입을 현실화시키는 실천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기술결정론’적 시각에서 정보화사회를 장밋빛으로 인식하는 경향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기조발제를 맡은 채만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기술이 곧 생산력이 되는 정보화사회는 이제 더 이상 노동자라는 종족이 필요없는 상태로 다가가고 있으며 실제 자본은 ‘노동자 종족’의 사멸을 요구하는 공격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량 실업에 더한 ‘사회보장제도’의 파괴가 그 실례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채부소장은 정보화사회로의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실업 내지 불완전 취업과 그에 따른 빈곤의 확대 및 심화를 보다 진지하게 조명하면서 이같은 실업군과 불완전 취업군을 어떻게 운동의 동력화할 것인지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태연 민주노총 법규부장은 산업구조가 정보통신 부문으로 이전되면서 기존 산업에 고용돼 있던 노동자들이 실직하는 등 광범위한 불안정 고용 인구가 창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불안정 고용상태는 경기침체 국면에서 실업노동자로 현실화돼 노동자들을 경제적으로 압박해오고 있다고 전망했다.

김부장은 특히 대부분의 정보가 상업화되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정보가 총자본의 수중에 독점되고 있다며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동진영이 정보의 사회적 공개 범위를 넓히기 위한 투쟁과 함께 스스로 유용한 데이타베이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영식 한국과학기술청년회 회원은 94년 샌프란시스코 자유언론이 파업소식을 정확하게 보도해 왜곡된 언론보도에 대응한 것과 캐나다의 가장 큰 노동조합인 CUTP가 SoilNet란 통신망을 개설해 노사 불만접수, 파업지원, 교육, 유인물 전달 등 노조활동에 활용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정보기술의 노동자적 이용은 가능하며 가치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보화 진전 상황에 대해 자본가적 참여는 전면적이며 네트워크가 ‘그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병현 홍익대 경영학과교수는 정보화사회에서의 생산관계 측면, 특히 노동력 재생산에 대한 문제인식이 불철저하게 되면 노동운동의 미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대기업 노동자나 간부들의 경향은 민중운동의 질곡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장여경 통신연대 대표는 정보화사회에 대한 무조건적인 열광도 의미없는 태도라며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노동자의 공간을 여하히 확보하느냐는 실천의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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