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클럽. 신문광고협의회가 마련한 긴급이사회에 참석한 각 신문사 광고 책임자들은 상당히 격앙된 모습들이었다. 당일 아침 언론에 일제히 보도된 국세청의 광고비 과다 지출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방침에 강한 불만들을 털어놓았다.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신문광고가 어려운데 국세청 발표가 만일 현실화될 경우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할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참석자들은 ‘광고선전비 세무 조사 발표에 대한 건의문’을 결의하고 이를 신문협회에 전달했다. 결국 국세청은 5일 세무조사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신문 광고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한 것은 요근래 일부 신문들의 광고매출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등 사상 유례를 찾아 볼수 없을 정도의 ‘총체적 불황’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무신탁광고(제 가격을 받지 않는 등 비정상적 광고 거래) 등을 염두에 두지 않고 일률적으로 광고비를 산출하는 한국광고데이타의 4대 매체 광고비 집계에서도 신문광고는 TV(33.2%), 라디오(21.5%), 잡지(23.7%)에 비해 훨씬 낮은 18.5%의 증가세에 그쳤다.

신문광고가 급격하게 감소한 원인은 다양하다. 무엇보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주요인이고 애틀랜타 올림픽 기간동안 영상 매체가 광고특수를 누린데 반해 인쇄 매체는 오히려 광고가 격감한 점, 신문전쟁의 여파로 일부 대기업의 광고가 감소한 것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신문광고를 주도해오던 반도체와 자동차, 백화점 업계가 전년에 비해 큰 폭의 경기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는데다 전통적으로 신문광고 물량의 다수를 차지해온 주택 건설업체가 좀체 불황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등도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일부 신문사의 경우 일선 광고영업소들이 경영난에 빠져 직원들의 급료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신문광고협의회는 8월에 이례적으로 협의회차원에서 광고주들과 연쇄 간담회를 가졌는가 하면 광고량에 따라 1일 8면씩의 신문지면을 감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재 월 2회 발간하고 있는 일요일자 신문을 아예 휴간하는 방안도 각 신문사간에 논의되고 있다.

일부 신문사들의 광고주 초청 간담회가 ‘과소비’ 논란을 일으키는 등 호화판으로 진행된 것도 이러한 신문광고 위기에서 빚어진 후유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광고관계자들은 최근의 신문 광고가 침체기라는 것보다 ‘앞으로’가 더욱 문제라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도처에 악재가 도사리고 있을 뿐 신문광고 환경이 개선될만한 여지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단 대기업들이 하반기에는 광고물량을 더욱 줄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광고비 지출 수위를 차지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 대우전자 등 가전 3사의 경우 매년 광고비가 20%정도의 증가를 보여 왔으나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15∼30% 가량 줄여 책정하고 있다. 백화점, 건설 업계도 비슷하다. 그나마 신규사업 진출로 활기를 띄고 있는 정보통신업계 등에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다.

이처럼 각 신문사의 광고수주가 저조해지면서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이른바 ‘덤핑 광고 수주’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광고가 잘 안된다는 것을 간파한 광고주들이 이를 요구하고 있고 빈 지면으로 나가는 것 보단 싼 가격에라도 광고를 싣는 것이 유리하다는 신문 광고 실무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이러한 현상이 확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자칫 광고질서가 혼탁해질 가능성이 충분한 셈이다.

신문 광고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또 있다. 기업들의 광고가 신문이나 잡지등 인쇄매체에서 영상매체로 이동하는 징후가 뚜렷한 것이다.

광고주협회가 지난 7월 40개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광고비를 증액할 경우 우선적으로 TV에 배정하고 삭감할 경우에는 신문을 먼저 줄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그 이유로 TV광고는 정보의 사실전달보다 이미지 전달이 용이하고 광고효과가 높은데 반해 신문 광고는 광고비가 효과에 비해 너무 비싸고 물량조절이 쉽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동아일보의 이병연 광고국장은 “이 상태로라면 신문 광고가 하반기에는 더욱 불황에 빠질 것으로 내다보이며 이 과정에서 일부 신문은 전년에 비해 광고매출이 줄어드는 기현상이 발생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