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통령선거가 클린턴과 돌의 맞대결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움직임도 더욱 민첩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미국 언론의 대선 보도와 관련 큰 특징으로 손꼽히고 있는 TV 토론과 여론조사, 정책 대결 중심의 보도가 다시 등장하고 있으며 인터네트의 활약도 주목할만하다.

각 정당은 화려하고 상세한 홈페이지를 구축해 자신들의 주장이 상대방과 어떻게 다르고 우월한가를 설득하고 있고 각 언론사들도 인터넷 상에 독자포럼을 열어 갖가지 이슈를 공개 토론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지난 8월 샌디에고의 공화당 전당대회와 시카고의 민주당 전당대회는 CNN, MSNBC, PBS 등 뉴스채널 및 공공방송 만이 아니라 ABC, NBC, CBS 등 3대 네트워크 방송에서도 나흘간 프라임 타임을 할애해 전 일정을 생중계 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들은 양당의 전당대회를 한편의 잘 짜여진 인포머셜-정보 중심의 텔레비전 상업 광고-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반영하듯 8일간 진행된 양당의 전당대회는 매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

해묵은 얘기지만 미 대선에서 TV토론이 차지하는 영향력은 가히 절대적이다.

신문, 잡지의 기사, 칼럼, 사설 등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지만 텔레비전 토론과 비교할 바가 아니다. 클린턴과 돌의 직접 대결은 아직 벌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3∼4회에 걸쳐 토론을 가질 예정이다.

그러나 이른바 양당의 대리인들이 펼치는 TV토론은 이미 시작됐다. 두 정당의 논객들이나 언론인들이 서로 편을 갈라 토론을 벌인다거나 혹은 정책 이슈별로 전문가들이 자신의 입장에 따라 벌이는 토론은 유권자들의 선택에 결정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 보도도 여전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주로 CNN,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 뉴욕타임스, 타임 등의 언론사들이 갤럽 등 여론 조사기관을 이용해 여론의 흐름을 일상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CNN과 유에스 뉴스는 갤럽을 이용해 이틀 간격으로 각 후보의 지지율을 조사해 보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런 방법은 어떤 사건이나 쟁점이 유권자들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조사에 의하면 클린턴의 핵심 선거 참모 딕 모리스의 섹스스캔들이나 이라크 공격은 거의 지지율 변화를 초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단순히 지지율만을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성·인종·지역별로 여론의 향배를 쟁점별로 세밀하게 조사해 어떤 이슈가 어떤 그룹에게 중요하게 작용하는가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해준다. 최근의 (9월13일) 조사에 의하면 클린턴이 돌을 55% 대 33%로 크게 앞서고 있다.

미국언론의 세번째 특징은 각 후보진영의 정책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이를 해설한다는 점이다. 클린턴이 자신과 힐러리 그리고 측근의 섹스와 돈에 관계된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20% 차이로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은 90년대 들어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는 미국 경제의 활력도 큰 영향을 끼쳤지만, 미언론이 상세하게 보도하고 쟁점화하는 구체적 정책 대결에서 성공한 측면도 있다.

교육, 노동자 재교육, 연구개발투자, 사회보장, 의료보험, 최저임금, 차별철폐를 위한 적극행동, 환경, 정보화시설의 공공접근, 낙태 선택권… 이런 이슈들에 관한 입장차이가 돌과 클린턴을 명확히 구분한다.

노조 조직률은 15%밖에 안되는데도 민주당 선거인단의 35%는 노동조합원, 그 중 반 가까이가 전국 교원 노조원이다. 미국 노총은 40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클린턴을 지지하고 나섰고, 여성들은 30% 이상 차이를 보이며 클린턴을 선호한다. 소수인종은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이후 전통적으로 70-80%이상이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교육, 연구개발, 환경 이슈로 중간층의 이탈을 방지하고, 여성, 소수민족, 노동계층의 삼각 강철동맹을 일구어낸 탁월한 정치적 전략 덕택에 클린턴 대통령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소속으로 루즈벨트 이후 연임에 성공한 첫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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