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남시욱 사장이 공개적으로 ‘재벌신문론’을 언급했다.

남 사장의 재벌언론관은 재벌의 신문소유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자본과 편집의 분리를 이뤄야 한다는 내용이다. 남 사장은 이같은 내용을 문화일보 사보 ‘충정로’ 9월호를 통해 5개면을 할애해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남 사장은 우선 신문전쟁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피력했다. 남 사장은 지난 7월 15일 조선일보 보급소장 피살사건 이후 몇몇 일간지들간에 서로 물고 뜯는 치사한 싸움이 번지는 광경을 보면서 한심한 느낌이 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목도하면서 신문업계의 ‘진지한 토의’가 절실하다는 판단이 글을 쓰게된 동기라고 소개했다.

남 사장은 일단 재벌의 신문 참여가 진실로 순수하고 문화적인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이를 막을 아무런 이유가 없다며 기업을 비호하려고 지면을 이용하는 ‘사이비 언론’과 구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우는 “편집이 자본에 예속되어 전적으로 독립을 유지하지 못한 것을 전제로 한 주장”으로 모두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남사장은 또 이른바 ‘경언(經言)복합체’라는 비유에 대해서도 못마땅한 심기를 드러냈다.

막강한 재력과 언론의 결합으로 사회세력간 불균형을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은 ‘과장’이며 “‘언(言)’이라 할 때 그것은…모든 신문을 합친 집합적 개념이며 ‘경(經)’ 역시 그렇다…그 중 일부의 연관관계를 부풀려 ‘경언복합체’라도 되는 듯이 말하는 것은 조잡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언론정보산업에서 매체간 통합이 확산되고 있고, 외국 정보산업의 유입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거대 자본의 참여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신문을 내는 목적이 순수한 언론사업에서 이탈하는 경우 그 주체가 재벌이든 중소기업이든 개인이든 이를 제재하는 것은 마땅하다는 방향으로 논리가 전개되어야 한다”며 소유문제보다 사회에서 차지하는 신문의 역할에 따라 판단이 달라져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했다. 결과적으로 신문의 소유구조보다는 신문의 행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셈이다.

남사장은 또 최근 신문사들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대기업과 제휴관계를 맺어 타업종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재벌의 신문소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양식있고 공정한 입장에서 신문을 만들면 재벌의 소유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는 신문의 경영자로서 일종의 다짐을 하기도 했다. 한국언론의 대표적인 폐해로 광고수입을 위해 멀쩡한 기사를 경영자가 희생시키는 일을 꼽았다. 자신은 결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남 사장은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언론의 개혁을 주장해 왔다. 최고 경영자로는 드문 일이다. 다른 신문사 사장들과는 달리 일선 기자에서 사회부, 정치부 등 주요부서를 거쳐 국장, 이사 등 정통 코스를 밟은 남 사장이 어느만큼 ‘언행일치’을 이뤄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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