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수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을 대기업에 팔아 넘겼다는 비난을 받으며 인터넷프로토콜TV(IPTV) 방송 사업법 시행령 제정안을 논란 끝에 의결했다. 그리고 또 하나 논란거리를 앞두고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다. 방통위가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옛 방송위원회가 결정한 내용을 보면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아니라 '케이블TV 특혜법'이라 부르는 것이 옳을 성싶다.

대기업 기준 완화가 첫째 문제다. IPTV법 시행령은 보도와 종합편성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사업이 금지된 대기업 기준만 정했지만 이번에는 지상파방송을 추가한 사업금지 대기업 기준을 자산규모 3조 원 이상에서 10조 원 이상으로 변경했다.

대기업 기준완화 문제

대기업 기준완화는 지상파와 보도 PP를 추가 허가·승인하는 것과 종합편성 PP 도입을 의미한다. 보도와 종합편성 PP는 매체 점유율 83%에 이르는 케이블과 위성에 의무재송신 대상이다. 대기업 자본이 소유한 유료방송은 중간광고와 직접 광고영업이 허용되고 전국을 방송권역으로 1400만 가구가 시청하는 거대 방송이 된다. 방통위는 IPTV와 형평성을 들어 시행령 개정을 강행할 태세다. 그러나 시작도 하지 않은 IPTV와 이미 성공한 케이블TV는 차별규제가 필요하다. 이미 시장에서 성공한 케이블 방송에 대기업 자본 유입 허용은 시장독점만 강화시키고 유료방송과 목적이 다른 지상파의 겸영규제를 신생 IPTV와 동일시하는 것도 차별이다. 방통위가 할 일은 방송 산업에 특정하는 기업의 자본규모를 설정하는 논의를 끌어가는 것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의 겸영 범위도 매출액 기준 33% 초과 금지와 방송구역 77개의 1/5 초과 점유 금지를 방송권역에 상관없이 가입자 수 제한으로 변경한다. ‘티브로드’, ‘C&M', 'CJ케이블넷’ 등은 현재 최대 15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를 소유할 수 있지만 앞으로 방송구역에 상관없이 총 케이블 가입자 수의 1/3만 넘지 않으면 된다. 인수 합병이 용이해진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에게 알짜배기 방송구역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IPTV가 77개 각각의 방송 구역에서 케이블, 위성, IPTV를 모두 합친 가입자의 1/3을 초과할 수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케이블 방송의 허가나 승인의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였다. 통계에 의하면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불법, 탈법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오히려 케이블의 사업허가 기간을 줄이고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사업기간 중 가장 강한 규제를 받고 있는 지상파의 재허가 기간을 3년으로 묶어둔 상태에서 유료방송의 규제를 푸는 것은 지상파에 대한 역차별이다. 허가기간은 케이블 방송의 지난 사업 평가를 바탕으로 엄격히 규정해야 한다. 사업의 편리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업자 아닌 국민 이익 고민해야

마지막으로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가 의무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최소 방송채널 수를 70개에서 50개로 줄였다.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특혜 의혹이 극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방통위원회는 케이블 디지털 코딩방식을 변경해 주었다. 디지털 코딩방식의 변경은 더 많은 채널을 수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의무방송채널 수를 줄였다. 그리고 상·하향 주파수 대역도 확대해 주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채널은 버리고 지상파 재송신, 홈쇼핑 채널 등 고수익 소수 방송 채널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등에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유료방송 다채널 시장은 PP 사업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것이지만 케이블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방통위원회는 오히려 군소 PP들의 퇴출과 고사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규제체계를 정함에 있어 형평성과 경쟁상황을 평가하는 객관적 시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정안은 케이블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을 의심하게 한다. PP 사업이 금지된 IPTV 제공 사업자와 보도, 종합편성 PP가 허용된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방송권역이 정해진 지상파방송과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케이블 보도, 종합편성 PP, 크림스키밍이 허용된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금지된 IPTV, 최소 송출 채널이 50개인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70개로 정한 IPTV, 유료와 무료의 구별도 없고 유사서비스 유료방송시장 내 불평등 규제에 대한 방통위의 변명이 궁금하다.

IPTV의 도입은 유료방송 시장에서 케이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와 경쟁을 유도하여 시청자 복지와 방송 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다. 유료 매체의 경쟁은 초기 시장 진입자에게 상대적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것이지만 방통위는 케이블종합유선방송사업자의 규제를 완화하는 특혜를 줌으로써 오히려 IPTV의 정착을 방해하고 있다. 방통위가 고민해야 할 것은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업자의 이익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방송의 공익서비스가 국민 모두에게 지속 가능하도록 정책을 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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