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개정요강 소위원회의 공익위원들이 지난 3일 제출한 ‘노동관계법 개정요강 토의자료’에 대해 노동계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노총의 경우 “노개위가 ‘노동관계법 개정요강 토의자료’의 반개혁적 내용을 노동법 개정안으로 확정한다면 노개위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따라서 노개위가 이번 ‘토의자료’의 내용을 대폭 수정하지 않을 경우 합의에 기초한 노동법 개정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가 공익위원들의 ‘토의자료’에 대해 이처럼 즉각 반발하고 나선 데는 우선 ‘토의자료’의 주요 내용들이 노동계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기 때문.

노동계에 따르면 ‘토의자료’는 △복수노조 금지 조항은 상급단체는 허용하는 등 진일보한 점도 있으나 대신 사용자쪽의 교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으며 △3자 개입금지 규정의 경우 ‘직접 근로관계를 맺지 않은 자’에 대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고 △공무원 교원의 단결권 보장 문제에 대해서는 직능단체의 제한된 ‘협의권’만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노동계가 당초부터 집단적 노사관계법의 ‘독소조항’이라며 전면 개정을 요구해 온 부분에 대해 기존의 제한 규정을 손질하는 수준에서 머물러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토의자료’는 △정리해고제 △근로자 파견제 △변형시간 근로제 도입 등 개별적 노사관계법과 관련된 사용자쪽 요구는 대부분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가 노개위 철수를 공언하는 등 ‘배수진’을 치고 있는 것은 또한 당초 ‘토의자료’가 공익위원들과 정부 고위관계자들 사이에 의견조정을 거쳐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의자료’가 형식상 노개위 소위원회 내부의 토론자료로 제출되기는 했지만 정부의 입장이 사전에 ‘충분히’ 반영됐다면 이후 노개위 논의과정에서도 그대로 관철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동계의 분석이다.

한국노총의 한 관계자는 “공익위원들이 정부 고위관계자들과 의견 조율 작업을 벌여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는 정부가 이번 ‘토의자료’를 준비하면서 노동법 개정의 큰 흐름을 결정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무게’가 실린 공익위원들의 ‘토의자료’가 그대로 노동법 개정 작업에 반영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쪽이 노동계인 만큼 노개위 철수라는 배수진을 치고서라도 막아야 한다는 것이 노동계의 일반적 입장인 셈이다.

노동계는 이와 관련해 일단 노개위 소위원회 등 논의과정에서 이번 ‘토의자료’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강력히 제기하는 한편, 노동계 입장에 대한 사회 각계의 지지 여론를 끌어내기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일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종교·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노동법 개정문제와 관련된 공동대책위를 구성키로 했다.

한국노총 역시 같은 날 박인상위원장이 신한국당 이홍구대표 등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복수노조 설립금지 조항 삭제 등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한국노총의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노개위 소위원회는 공익위원들이 제출한 ‘토의자료’를 토대로 법개정 시안 작성을 위한 논의를 오는 11일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며 노개위는 소위원회 논의 결과가 나오는 12일 전체회의를 소집해 노개위의 노동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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