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어닥친 인사 및 감원 한파의 와중에 비쳐진 사진기자들의 모습은 우울하다. 본인의 자의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2일 중앙일보 곽모 사진부장은 판매국으로 전배됐다. 또 10일엔 한국일보사 14명의 명예퇴직자 명단에 사진부 출신 간부의 이름이 5명이나 들어 있었다.

비단 이번 경우가 아니더라도 요 몇년 동안 사진기자가 편집국에서 올라갈 수있는 최고의 직책은 부장선으로 굳어져가는 추세다. 부장을 역임하고 나면 편집위원이란 한직으로 밀려나게 되고 그 다음은 명예퇴직이 기다린다. 대기자는 꿈에 불과하다. 이런 코스를 밟기 전에 일찌감치 신문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다. 사진기자들의 정년퇴직율을 정확히 산출한 통계는 없지만 10%에도 이르지 못한다는 게 대체적 추산이다.

왜 이렇게 사진기자들은 정년도 못채우고 한참 일할 나이에 신문사를 떠나야만 하는 것일까. 한 일간지 사진부장은 이렇게 진단한다. “다른 취재부서는 다양한 이동이 가능한 반면 사진부는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보니 정체현상이 심화돼 자의, 타의에 의해 신문사를 떠나게 되는 것이다.”

다른 일간지 사진부장은 좀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한다. “경험많은 사진기자가 대기자로 남지 못하는 것은 우리 신문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다. 우리 신문은 사진기자에게 단발적인 사건이나 자료 사진만을 요구할 뿐 독자적 메시지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는 지면을 할애하지 않는다. 여기엔 사진을 기사의 부속품 쯤으로 생각하는 우리 신문의 고질적 편견과 인건비 대비 지면이라는 근시안적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 신문의 현실은 워싱턴포스트나 LA타임즈처럼 백발이 성성한 대사진기자들이 몇 달간에 걸친 사진취재 끝에 역작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너무도 큰 차이를 보인다. 작년에 중앙일보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편집장 출신인 김희중씨(56)를 포토에디터로 영입해 포토에세이나 사진다큐멘터리를 한동안 시도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힐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계속 사진작업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역설적으로 사진기자를 그만 두는 일도 발생한다. 최재영씨(44)는 지난해 10월 20여년간 몸담았던 중앙일보에 사표를 제출하고 프리랜서 모임인 ‘프레스Q’를 만들어 현재 시사월간지 ‘WIN’에 제공하는 사진을 찍고 있다. 최씨는 “계속 사진을 찍고 싶어 전문기자나 대기자등 여러 방안을 모색했지만 결국 되지 않아 프리랜서로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색다른 모색도 있다.

비교적 젊은층에 해당하는 경우지만 한겨레 임완호, 한국일보 박종우기자 등은 지난해 신문사를 그만두고 스틸카메라 대신 ENG카메라를 메고 현재는 다큐멘터리 프리랜서로 활약하고 있다. 최근 사진기자들 가운데 대학원을 다니거나 대학에 출강을 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것도 미래가 불투명한 사진기자들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추세에 대해 지난해 신문기자회장을 역임한 한국일보 고명진 부장은 “인재들을 자꾸 다른 곳에 빼앗기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사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뤄질 때만이 이런 인재들을 더이상 빼앗기지 않고 신문의 품질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장은 또 사진기자들이 자신의 고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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