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들이 완전히 발가벗은 꼴이다. 단순히 사람을 줄인다는 차원을 넘어서 신문산업의 전반적인 구조적 재편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최근의 신문업계 감원 움직임에 대한 한 신문사 국장급 간부의 진단이다. 신문산업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층적이고 전면적인 변화 국면에 서있고 감량경영은 그 징표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의 신문업계 감원 움직임은 그것이 동시다발적이고 또 대규모란 점에서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회전반적인 경기 불황 추세에 편승한 측면이 강해 감원 바람이 유행처럼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문산업 전면 구조개편?

현재까지 감원 움직임이 본격화된 곳은 중앙일간지 가운데는 한국일보와 동아일보가 대표적. 동아일보는 지난해 12월 편집·출판·심의실 등 고참기자 27명을 명예퇴직조치한데 이어 지난 9월 업무부서에 한해 20명을 명퇴시켰다. 동아일보는 작년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 사이에 모두 4차례에 걸쳐 68명이 명예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한국일보의 경우 비단 감원 뿐만아니라 신문사 조직과 지면, 업무관리등 총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회사측은 노조측에 내년 6월 기자조판제를 도입할 예정이라며 교열, 전산제작, 발송, 수송부원들을 전원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혀 노조측을 크게 긴장시키고 있다. 만일 이같은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감원 인원은 1백여명선을 넘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사원 1천 3백명 가운데 20%에 육박하는 수치다.

중앙, 경향, 국민 등 종합일간지들과 일부 경제지들도 조만간 감원을 단행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으나 진위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경영진 등이 사석에서 감원 필요성에 대해서 적극 강조하는 등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중앙경제와의 통합으로 다른 신문사에 비해 기자수가 많은 중앙일보, 투자력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국민일보, 수년간 1백억원대의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경향과 세계 등도 감량 요인이 일상적으로 존재해왔다. 심지어 한겨레도 지난 11일 임원회의에서 감원 문제 등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의 한 관계자는 “순전히 경영적인 시각에서 접근한다면 인원 감축이 절실하다. 임원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되기도 했지만 인원감축 등 인력재배치에 나설 경우 얻은 것 보단 잃은 것이 훨씬 많다는 판단에 따라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대신 각 부서에 15% 비용 절감 방안을 마련해 내년 예산 계획을 다시 수립할 것을 지시했다는 후문이다. 사정은 지방일간지들도 비슷하다. 매일신문이 지난 8월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45명)을 단행한데 이어 국제신문도 명퇴제를 도입했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기자들에 대한 국간전배도 새로운 감원 방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각 신문사들의 감원과 관련한 명분은 감량경영이다. 광고가 급감하면서 신문사 수익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으며 이같은 경향이 상당히 오랜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픔을 무릅쓰고 대수술’을 단행한다는 것이다. 최근 각 신문사들의 광고 급감은 가파른 하향곡선을 긋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신문들은 지난 9월 광고수주량이 전년 대비 20% 줄어들 정도로 수익 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개선될 기미도 거의 없고 오히려 수익 전망은 비관적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여론조사 기관의 열독율 조사 결과 그간의 신문 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며 신문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따라서 경영진들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한국일보의 한 고위관계자는 “유무형의 보호막에 안주해 있던 신문사들이 이제는 민간기업과 같은 순수 경제적 논리에 의거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한후 “예전처럼 분위기 쇄신 차원이아니라 그야말로 망하지 않기 위해 감원을 할수 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한 마디로 적자생존의 원리가 신문산업에 적용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의 감원 바람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지난 94년을 전후로 시행된 조선,한국, 중앙, 경향등의 감원은 신문제작의 기술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강했다. 이로 인해 공무국과 제작부서 인력들이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편집국 기자직등을 포함한 거의 전 분야에 걸쳐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감원은 또다른 경영실패”비난도

그러나 감원 대상자들이나 노조측은 이같은 감원 바람이 경영실패의 최우선적 귀결점인 경영진은 비껴가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할수 없다는 반응들이다. 그간 유례 없는 대호황을 누린 신문사들이 ‘방만한 경영’으로 일관해 왔고 예견치 못한 불황이 불어닥치자 경영난의 가장 손쉬운 해결책인 ‘인력 감축’에 나선 것은 책임소재의 우선 순위가 잘못됐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경영 전략 없이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경영이 그 주범이라는 얘기다.

한 노조위원장은 “장사가 잘 될때 불황을 생각하고 이에 걸맞는 대비책을 세우는 것은 경영의 기초에 해당된다. 외형 부풀리기에만 몰두해왔을 뿐 내실은 다지지 않았던 경영진들이 인력관리 방식의 효율성을 모색하기 보단, 단지 인원이 많다는 데만 초점을 두는 것은 또 다른 경영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신문업이 기본적으로 지식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감원이 가져오는 눈에 보이지 않는 파장도 만만치 않다는 분석이다.

명예퇴직자 선정 기준에 대한 이견도 적지 않다. 경영진과의 친소 관계에 따라 명퇴자 선정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능력 평가에 대한 적절한 기준도 설명하지 않은 일방적인 감원 대상자 선정은 생산성 저하와 보신주의를 더욱 확대재생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광운대 주동황교수는 “신문산업의 불황은 충분히 예견돼 왔던 사태”라며 “신문경영의 합리화는 단순히 ‘적자 생존의 논리’만으론 해결할수 없다. 그보다는 문화적 배경 등 복합적인 요인을 감안해 이루어져야할 것이고 그런 점에서 최근의 인건비 축소가 반드시 경영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