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론인들이 신문윤리강령에 적극 공감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1~12일 양일간 ‘한국언론의 자율규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된 언론윤리강령에 관한 의식조사결과 응답자들 상당수가 취재와 보도에 필요한 경우 윤리강령 준칙 항목들을 어길 수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비판적, 비방적 내용을 포함할 때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에 ‘시간이 촉박하면 우선 취재한 내용을 보도부터 한다’는데 34.2%가 동의했다. ‘기업홍보자료, 경찰 및 검찰의 피의 사실 발표를 접할 때 일반적으로 어떤 자세를 갖는가’에 대해서도 ‘일단 발표내용에 충실한 보도를 한다’는 항목에 33.3%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부득이 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전화를 엿듣거나 몰래 촬영을 할 수 있다는 의견에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73.3%가 동의했다. 이같은 내용들은 모두 준칙에 어긋나는 것들이다.

직접 취재와 관련되지 않은 경우에서도 준칙은 상당한 벽에 부딪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리강령에 포함돼 있는 ‘사설 등 평론에 한하여 특정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를 표명하는 등 신문사의 정치적 입장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 49.2%가 ‘찬성은 하지만 시기적으로 아직 이르다’고 답변했고 21.7%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또 ‘편집자가 사외 기고기사에 대해 필요할 경우 손을 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장이 조잡하거나 문맥
이 연결되지 않는 것에 한해 기고자의 동의없이 교열교정할 수 있다’고 62.5%가 답했다.

‘…이해당사자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받으면 안된다’는 항목에 대해서도 ‘추석이나 생일 등의 선물, 식시대접과 같은 정도가 가벼운 것은 무방하다’는데 52.5%가 긍정적이었다. 결국 윤리강령이 언론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별도 항목으로 무죄추정 원칙에 대해 집단별 평가를 실시한 결과 10년차 이상보다 5년차 이하가 오히려 준칙 준수에 더 적극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무죄추정 원칙 항목에서 10년차 이상은 ‘보도 적용은 무리’에 28.6%, ‘선별 고려 가능’에 62.9% 그리고 ‘결코 보도 안됨‘에는 8.6%만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년 이하 기자들은 각각 34.1%, 27.3% 그리고 38.6%가 답했다.

이에 발표자들은 “데스크가 평기자에 비해 결코 높은 준율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노력이 없는한 언론의 윤리의식은 어느 수준에서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조사는 경원대 안병찬교수(신문방송학과)와 언론연구원 정연구 선임연구위원이 새로 개정된 신문윤리강령 및 신문윤리실천요강의 준칙과 관련 전국 1백20여명의 현직 언론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발표자들은 이번 조사연구에 대해 “구체성을 띤 새 윤리준칙의 세목을 현장 언론인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선택하고 수용하는 지 물어서 실제적인 대답을 구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함께 이번 조사에서는 언론의 공적 신뢰도도 함께 조사됐다. 이에따르면 응답자 중 88.3%가 우리의 언론현실이 신뢰의 위기에 처해있다고 답했다. 위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공정보도의 문제와 자사이기주의가 꼽혔다.

이날 심포지움에는 로버트 핑커 런던대 교수, 주니치 하마다 동경대 사회정보연구소 소장, 박권상 동아일보 상임고문등이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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