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SBS가 14일 가을 정기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MBC가 오는 21일부터 개편에 들어간다. 방송3사는 각각의 편성기조에 따라 프로그램 개편을 실시했으나 개편의 주요 잣대가 된 것은 시청률이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

방송3사중 가장 큰 폭의 개편에 들어가는 MBC는 개편의 초점을 시청률 회복에 맞췄다. 그 동안 시청률에 있어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MBC는 최근 드라마 <애인>의 선전에 힘입어 이번 개편을 시청률 회복의 전기로 삼겠다는 것.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비록 일부의 좋은 평가를 받고 있더라도 폐지하는 과감성을 보였다.

전체 23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24개를 폐지하는 이번 개편에서는 무엇보다 드라마의 확대, 쇼·오락의 강화, 뉴스시간의 축소가 두드러진다. 우리나라 고유의 가락과 가요의 접목을 시도해 좋은 평가를 받은 <새미깊은 물>과 국내 최장수 프로그램인 <논술세대 장학퀴즈> 등도 시청률이 낮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MBC는 뉴스시간을 주간 22시간50분에서 20시간 55분으로 8.5% 축소한 반면 시트콤 <우리들>(월~금 오후 7:05~7:30)을 일일 편성했으며 과거의 인기드라마 ‘수사반장’을 부활, 수사드라마 <강력반>(금 오후7:30~8:25)으로 리메이크하고 일일가족극장 <간이역>(일 오후10:30~11:30)을 신설하는 등 드라마를 확대했다.

또 시청률 향상을 위한 방안으로 오후 7시대의 뉴스를 오후 6시대로 앞당김으로써 오후6시20분부터 9시뉴스 전까지의 시간대를 전부 쇼, 오락, 드라마로 채워 방송의 공영성을 무시한 편성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SBS는 이번 가을 개편에서 MBC와는 달리 그 동안 취약했던 보도부분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전체 20개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16개를 폐지한 이번 개편에서 SBS는 시청률이 저조했던 <송지나의 취재파일>을 폐지한 대신 <그것이 알고 싶다>(월 오후11:00~12:00)를 부활시키고 주말저녁뉴스 ‘뉴스큐’(토, 일 오후 8:00~8:45)를 기존 30분에서 45분으로 확대, 기자와 PD가 함께 제작하는 기획뉴스로 바꾸는 등 보도부분을 강화했다.

또 8시뉴스와 주말저녁뉴스의 앵커를 각각 송도균 보도본부장과 신완수 시사교양국장으로 교체, 뉴스에 중량감을 더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는 그 동안 SBS가 내세웠던 ‘젊은 이미지’를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한편 SBS는 이번 개편에서 개국 이후 처음으로 북한관계 프로그램 <통일로 가는 길>(일 오전6:40~7:00)을 신설했다. KBS가 <남북의 창>(금 오후10:00~10:20)을 일요일 오전 사각지대에 방영하던 것을 금요일 프라임대로 변경한 것과 함께 방송사들은 이번 개편에서 경직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듯, 대북관계 프로그램을 신설, 강화했다.

MBC와 SBS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폭의 개편을 실시한 KBS는 ‘공영성의 완성’을 이번 개편의 모토로 내걸었으나 그에 걸맞는 편성안을 내놓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2개 채널에서 20개 프로그램을 신설, 16개를 폐지한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그동안 시청률 경쟁에 앞장서왔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소재로 한 2TV 아침드라마 <유혹>(월~토 오전 8:30~9:00)을 편성했으며 시청률이 낮은 2 TV 월화드라마 <슈팅>을 조기종영하고 2TV <이문세 쇼>등을 폐지했다.

KBS는 또 <이것이 궁금하다>를 폐지하고 1TV <민원25>(금 오후 10:20~11:00)와 <목요리포트>(목 오후 10:20~11:00)를 신설했다. 그러나 시사프로그램의 강화를 위해 신설된 이들 프로그램이 고발보다는 각각 민원위주, 관급 홍보를 위한 보도특집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편 KBS는 9시뉴스에 ‘기획뉴스-경제를 살립시다’를 고정코너로 신설하고 각종 퀴즈프로그램과 드라마·오락에서의 호화세트 및 사치스런 복장 규제 등을 통해 사회에 만연돼 있는 거품을 제거하겠다고 밝혀 실현여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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