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차로에 택시를 들여보낸다? 시청출입 일주일째의 아침은 이런 보도자료로 시작됐다. 조금은 어뚱하고 황당했다. 문외한의 생각으로도 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대중교통 정책의 포기나 다름없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판단하에 곧바로 취재계획을 세워 나갔다. 생각을 거듭한 끝에 부작용이 가장 적을 만한 오전 11시 시간대가 가장 좋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입증만 된다면 호소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9일 오전 11시 통일로. 평소대로 전용차로의 버스들은 시원스럽게 질주하고 있었다. 5차례 측정결과는 시속 36km취재는 이어졌다. 택시진입허용첫날인 10일 오전 11시 역시 같은 장소인 통일로. 예상이 빗나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5차례 측정결과는 시속 28km. 평소보다 시속 8km나 떨어진 수치였다. 부작용이 가장 적을 때가 이 정도라면 다른 때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이날 출근시간인 오전 7시대의 통일로 버스전용 차로는 한마디로 ‘택시전용차로’였다. 손님을 태우기 위해 멈춰서는 택시, 그 사이로 계속 끼어드는 택시 사이에서 버스는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8시 반을 지나면서 버스안 승객들의 인내도 한계점에 달했다. 거친 욕이 거침없이 창밖으로 터져나갔고 그 상대는 택시였다. 택시는 그런 상황속에서도 전용차로를 가로막고 손님 태우기에만 급급했다.

저녁9시. 취재내용이 방송되자마자 격려전화와 항의전화가 교대로 걸려왔다. 격려의 주인공은 대중교통 이용객들이었고 항의는 택시운전기사들로부터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격려도 항의도 아니었다. 다름아닌 버스 승객들의 갈등이었다. 대중교통 활성화라는 취지에 공감해 과감히 승용자를 머렸던 그들의 눈은 버스의 속도를 떨어뜨려 놓는 택시에 모아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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