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종사자들의 신분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전직등에 따른 신분 불안이 야기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감원 바람까지 예고되고 있다. 중앙일보는 최근 인사에서 기자 5명을 타국으로 전직 배치했는가 하면 한국일보는 편집국의 간부 사원 14명을 명예퇴직시키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신문도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최근 상당수 인원에 대한 전직배치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명예퇴직이나 타국 전보 인사를 통한 사실상의 퇴사 압력은 비단 중앙일보나 한국일보만의 사례는 아니다. 그러나 이번 중앙일보의 타국 전보 인사나 한국일보의 편집국 간부사원에 대한 대대적 명예퇴직 조치는 최근 신문사들의 전반적인 경영악화와 맞물려 신문사 종사자들의 신분 불안을 더욱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일보는 이번 명예퇴직 조치에 대해 경영 악화에 따른 감량차원에서 이뤄진 불가피한 조치로 앞으로 상당수 인원 정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어 이같은 우려가 비단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님을 확인해주고 있다. 한겨레 신문이 감량 경영 차원에서 상당수 인력에 대한 전직 배치를 검토한 데서도 드러나듯이 앞으로 신문사 경영 여건이 쉽게 호전되지 않을 때 이같은 인원 감축 조치는 다른 신문으로 확산될 우려가 적지 않다.

경영상의 어려움 때문에 감원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신문사측의 입장도 나름대로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 책임과 부담을 모두 종사자들에게 떠넘기는 식의 태도는 옳지 않다. 최근 신문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우리 경제 전반이 어려워진 탓이기도 하지만 경쟁적으로 지면을 늘리고 무리한 시설투자를 감행하는등 앞뒤 안가리고 몸집을 불려온 신문사 사주와 경영진들의 책임이 크다. 감원등 감량조치가 불가피하다면 먼저 사주와 경영진부터 책임을 져야 한다. 회사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책 마련과 함께 사주와 경영진부터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욱 이같은 경영난 타개를 위한 인력 감축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 당장에 실시되고 있는 명예퇴직만 하더라도 사실상 불법적인 강제 퇴직 조치나 다름없다. 자원을 받거나 본인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명예퇴직 대상자를 미리 선별해 통지하는 식이다.

명예퇴직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사실 자체가 더 이상 버텨내기 어려운게 신문사의 분위기인데다가 퇴직 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보복적 인사조치가 뻔히 예상되는 마당에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불법적이고 사회적으로도 부당한 강제퇴직 조치를 불사하는 신문이 사회환경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으리라는 것은 자명한 노릇이다.

더불어 신문사들이 직면하고 있는 경영위기의 본질이 과연 어디에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문사마다 경영환경이 각기 다르기는 하지만 대다수 신문들이 당면하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은 경기순환적 요소보다는 구조적인 측면이 강하다. 보도와 논평, 스타일에서 각 신문마다 그 차이를 구별하기 쉽지 않은 엇비슷한 지면을 갖고 물량위주의 경쟁으로 치달아온 결과 한국 신문은 ‘1등신문’만 살아남는 구조로 파행화돼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2등은 아무리 잘해도 1등 신문의 아류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는 현업 종사자들의 ‘체감’을 사주와 경영진들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1등 신문만 평가받는 구조를 강화시키는 방향에서는 개별 신문사의 어떤 경영개선 노력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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