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캡’은 서울지방 경찰청을 출입하는 기자이다.

서울지방 경찰청이 서울시내 30개 경찰서를 관장하듯 시경 캡은 이들 경찰서를 출입하는 기자들의 사건, 사고와 관련된 취재및 기사작성을 관리 감독하는 기자이다.

시경 캡은 대부분의 경찰기자들이 입사 초년생이나 2∼3년 정도의 경력기자인 점을 감안해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 감독하도록 사회부에서 잔뼈가 굵은 7∼10년 경력의 기자가 맡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 언론사는 차장급 기자를 사건팀장으로 하고 시경캡과 9∼12명에 이르는 경찰기자들로 사회부 경찰팀을 구성하게 된다.

시경 캡은 우선 각 경찰기자들이 담당 경찰서를 출입하면서 취재 내용을 취합해 사건, 사고 관련 기사를 1차로 취사선택해 사건팀장에게 보고하는 임무를 지닌다. 이 과정에서 시경 캡은 사건팀장과 논의를 거쳐 담당 경찰기자에게 기사의 양, 서술 방식 등을 지시한다.

경찰기자의 취재및 기사작성과 관련된 지휘 감독 이외에 시경 캡은 수습기자를 포함해 연조가 짧은 경찰기자들의 현장 교육훈련을 관장한다.

언론사에 갓 입사한 기자 초년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6개월여의 수습 교육 가운데 현장 실습은 대부분 이 시경 캡의 지시 아래 이뤄진다. 수습 기자들은 6개월의 거의 대부분을 경찰서 기자실에서 숙식하면서 혹독한 현장 취재 교육을 받게 된다.

수습 기자들 뿐 아니라 대부분 2∼3년차의 경찰기자들도 시경 캡의 지시에 따라 현장 취재를 하면서 취재요령, 기사작성 등과 관련된 교육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 취재 교육은 예행연습이 아닌 실제 상황에 직접 부닥치면서 이뤄지는 관계로 한치의 오차가 허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경 캡은 경찰기자나 수습기자의 실수와 잘못에 대해 대단히 엄격하다. 최근에 경찰기자 사회의 규율이 많이 완화되고 ‘합리적인’ 대화 분위기가 많이 정착됐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경쟁사에 ‘물을 먹는’ 경찰기자들은 시경 캡의 준엄한 처벌을 면치 못하는 현실이다. 시경 캡이 경찰기자들의 ‘하늘’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시경 캡이 경찰기자들을 항상 ‘쪼기’ 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 생활과는 거의 담을 쌓은 채 밤낮 없이 경찰들과 부대끼며 생활하는 경찰기자들의 일상사는 물론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고민 등을 해결해주는 역할 또한 시경 캡의 몫이다. 팀워크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는 경찰기자들의 ‘형님’이 돼야 하는 것이다.

결국 시경 캡이 경찰기자들의 일상사는 물론, 직장 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시경 캡에게는 돌연한 사건 사고에 직면해서도 한치의 오차 없이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과 순발력은 물론, 경찰기자들에게 정확한 취재를 지시하고 역할을 분배하는 조직력 또한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여기에다 후배 경찰기자의 결혼기념일 등을 기억해 두었다가 간소한 선물을 건네는 세심한 배려도 시경 캡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중의 하나. 그래서인지 각 신문사에서 시경캡과 사건기자들의 관계는 각별하다. 임기가 끝난 이후에도 이들간의 ‘인간관계’는 깊고 뜨거운 것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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