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일 공보처를 대상으로 열린 국회 문체공위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방송위원회 위상 문제, 재벌 및 언론사 위성방송 참여 문제 등 통합방송법 쟁점사안 , YTN 사장 선임 등 방송사 인사에 대한 정부 개입 의혹, 국제방송교류재단 설립 과정 의혹 등 방송 관련 사안들을 집중 질의했다.

정기간행물법 개정, 신문공동판매제도, ABC제도 정착 등 공보처의 신문 정책에 관한 질의도 있었으나 방송관련 사안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의원들의 목소리가 적어 문체공위는 통합방송법안 제정을 둘러싼 본격적인 대치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여야 의원들의 질의와 공보처 장관의 답변을 요약 정리했다.




통합방송법

야당의원들은 연구 논문 및 설문조사 결과 등을 제시하며 야당안의 정당성을 주장한 반면 여당의원들은 질의형식을 통해 야당 단일안에 대한 반박 논리를 펼치며 오 장관을 지원사격했다.

공보처 출신의 신한국당 이경재 위원은 행정권이 대통령을 수반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헌법 66조 제4항을 내세워 “방송행정권을 방송위로 이관하자는 야당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회의의 정동채 의원은 ‘공보처 기능 재조정에 관한 연구’란 논문까지 제시하며 “미국, 일본, 구미 국가들도 방송행정을 독립적인 규제위원회에 맡기고 최소한의 규제만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방송 정책기능을 공보처에서 방송위원회로 이관하고 공보처는 국가홍보기능만을 전담하는 국무총리실 산하 공보실로 위상과 기능을 축소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오인환 공보처 장관은 이경재 위원이 말한 ‘행정권 보장 논리’를 되풀이 하는 한편 “우리 공보처는 그늘에서 일한다. 공보처가 폐지되면 보이지 않는 기능이 사라진다”는 이해하기 힘든 말로 공보처는 방송정책 기능을 계속 가져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재벌 및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 논쟁과 관련, 야당의원들은 방송의 상업화 등을 우려해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여당 의원 가운데는 박종웅 의원이 재벌과 언론사의 위성 참여를 허용하는 여당 당론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해친다”며 “공보처가 대기업과 신문사의 위성 방송 참여를 허용하려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경솔한 처사”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했다.


YTN사장선임과정 개입의혹


이번 국감의 최대 격전은 YTN 사장 선임에 대한 공보처의 개입 의혹을 두고 벌어졌다.

먼저 포문을 연 국민회의의 신기남 의원은 “정부가 YTN 경영정상화를 위해서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강변해 놓고 어떻게 안기부 국제 1국장과 92년 대선 당시 김 대통령의 의전수석을 역임한 정주년씨를 YTN의 사장 적임자로 선임했느냐”고 따졌다. 또한 신 의원은 “YTN 사장 선임에 정부가 개입한 근거와 이유는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답변에 나선 오장관은 “대부분의 방송사 출신들이 경영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고 주주들도 이점을 우려했다”면서 “그래서 통솔력과 추진력, 경영능력이 있는 정주년 사장이 선임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신의원이 정 사장 선임은 누가 판단했느냐고 재차 추궁하자 오 장관은 “주주들의 요청을 받아 정부가 주선하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의 방침을 통보한 적이 없었고 주주들의 판단”이라며 직접적인 개입 혐의를 부인했다.


국제교류재단 공익자금 지원문제

국제방송교류재단 설립에 막대한 공익자금이 지원되는 것과 관련,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많은 질의가 쏟아져 의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국민회의 최희준 의원은 “국제방송교류재단의 사업 가운데 월드채널 전체 프로그램의 40-50%를 외국으로부터 수입 방송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렇게 외국수입프로그램의 편성비율이 높으면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에게 우리문화의 독창성 및 우수성을 홍보하고 한국의 국가이미지를 제고하겠다는 사업목적에 위배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국민회의 최재승 의원은 “96년 공익자금 기본운용계획에도 없던 국제교류재단에 1천2백억 원의 공익자금을 지원한 배경은 무엇인가”라며 “이는 공익자금이 언론과 방송을 통제하기 위한 자금으로 전락한 장관의 쌈짓돈이라는 세간의 의혹을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답변에 나선 오장관은 공익자금 지원은 “1천2백억 원이 아니라 1천억 원이 정확한 액수이며, 1천억 원을 기금으로 조성한 후 은행 이자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더이상의 공익자금은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오 장관은 또한 “앞으로 공익자금은 철저히 긴축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것이며 신규사업은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오 장관은 최희준 의원의 질의와 관련, “주한 외국인들이 CNN 등 외국 방송을 선호한다는 생각에 집착한 나머지 국가홍보 기능이 약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며 “방영비율을 재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남북방송교류문제


무장간첩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올바른 언론의 역할을 통해 남북의 긴장관계를 해소해야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회의 정동채 의원은 △남북한 언론인의 대화와 상호교류, 방송프로그램의 상호교환 및 방송 △방송의 상호청취 및 시청개방 △비정치적 분야의 상호취재 허용 △상주특파원 파견 등 구체적인 남북한 방송교류 방안도 제시했다. 또한 정 의원은 정부에 국무총리 산하의 남북한방송교류협력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신한국당 박종웅 의원은 북한 관련 보도와 관련, 언론이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성혜림 망명보도, 북한 흉작보험금수령보도 등은 우리나라 언론의 전형적인 상업주의와 선정주의의 보도관행이 빚은 오보로 밝혀졌다”며 “북한의 개방과 붕괴의 개연성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북한과의 관계가 경색되어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대북관계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있지 못한 현실에서 북한 관련 보도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케이블TV사업 관련 문제

케이블 TV 사업과 관련 대기업의 SO 장악설, 적자경영상태 등에 관한 다양한 질의들이 쏟아졌다.

국민회의 정동채 의원 등 5명의 의원들이 법적으로 금지된 대기업에 의한 SO의 인수가 진행 또는 완료된 곳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에 대한 공보처의 대책을 물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지난 5월 공정거래위에서 실태조사를 벌였으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사실로 드러날 경우 법에 따라 허가를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케이블TV의 경영적자와 관련, 강용식 의원은 “케이블TV의 PP업체의 경우 95년도 적자액이 1천8백억 원, SO의 경우 적자액이 5백억 원에 달했으며 현재까지 누적적자는 5천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지적하고, 그 대책으로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이라도 2차 SO를 조기에 허용할 용의가 없느냐”고 물었다.

오장관은 “시청자 가구 1백만을 돌파했고 광고수주도 11% 증가하는 등 금년말에는 흑자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2차 SO허가의 조기 허용에 대해선 “2차 허가는 통합방송법 제정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나 다른 방향에서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해 통합방송법 제정 이전에라도 허가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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