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한양대 명예교수가 기자들이 갖춰야할 덕목 4가지로 △전문적인 지식 △올바른 세계관 △성실성 △가난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 등을 꼽았다.

리 교수는 한겨레 논설고문을 지내는 등 언론계와 인연을 갖고 있는 지식인으로, 15일 한겨레 창간 20주년 인터뷰에서 '후배 기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자신이 평소 생각해 오던 기자의 덕목을 밝힌 것이다.

   
  ▲ 한겨레 4월15일자 4면  
 
리 교수는 기자가 지녀야 할 첫 번째 덕목으로 '전문적인 지식'을 꼽았다. 담당 분야에서 이름 있는 전문가가 갖고 있는 지식의 최소한 절반 이상을 알고 있지 않으면 취재를 해도 본질을 지나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그는 그날 아침 출근해 국장실, 장관실 문 열고 들어가 '오늘 아침 뭐 있습니까' 하는 기자는 담당 공무원이 속으론 멸시한다"며 "자기들에게 버금가는 지식과 수치를 갖고 필요한 부분을 따지는 기자들에게는 공무원들도 진실을 말하게 돼 있다"고 밝혔다.

기자의 두 번째 덕목으로는 '올바른 세계관'을 들었다. 그는 "이명박 시대로 말하면, 요즘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문제인데, 누가 봐도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 한-미 정상회담 가기 전에 뜯어맞추고 모든 것을 양도해 버린 것"이라며 "(기자는) 우리가 미국과 이런 식으로 국가와 정부 관계를 맺는 게 합당한지, 우리 삶에 대한 올바른 인식, 이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중동 같은 보수신문은 광우병 논란 배후엔 전교조 선동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미국이 요구하면 받아주어야 하고, 그것이 평화를 위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주장"이라며 "미국과의 관계에서 절반쯤 노예 같은 식민지 국민처럼, 우리가 한-미 관계의 위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덕목으로는 '인간적 관계'를 꼽고 인간적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하루 이틀이야 어물쩍 넘어갈 수 있지만 접촉하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얻어야 한다"며 "성실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마지막 덕목으로는 '가난'을 들었다. 그는 "기자는 가난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드리고 자기 삶을 꾸려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며 "가난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기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돈의 유혹, 권력의 유혹에 이용당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검소는 진정한 의미에서 삶의 내용과 질을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리 교수는 지난해 대통령 전후해 정치권으로 간 기자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기자는 독자 대중을 대변해서 사회문제를 봐야 하는데, 다음 정권에서 단맛을 보고자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고 언론의 목적을 왜곡해 왔다면 문제"라며 "저널리스트의 정도를 지키고 있다가 정치권으로 진출하면 굳이 비난받을 일은 아닌데, 평소 정치 쪽에 한 발을 걸쳐 놓고 비밀 당원처럼 언론계에서 행동했다면 비난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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