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가 미 쇠고기 수입재개와 관련한 인터넷 여론 확산에 대해 인터넷 포털 '다음'에 댓글 삭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방통위는 8일 오전 해명 자료를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관련 심의기구도 아닌 방통위가 특정 이슈와 관련 정부 쪽 입장에서 포털업계에 정치적 압력을 행사했다는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공식 요청 안 했다" … 다음 "먼저 문의한 일 없다"

방통위는 8일 '이 대통령 비난 인터넷 글 삭제 요청'(매일경제 8일자) 보도에 대한 해명보도자료에서 "다음 측에서 문의가 와 관련 법 조항을 설명해 줬을 뿐, 게시물과 댓글을 차단하도록 다음 측에 공식 요청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방통위가 알려줬다는 관련 법 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 3'항으로, "전기통신서비스제공자가 명예훼손 등이 인정되는 정보에 대해선 임의의 임시적 차단조치를 자율적으로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방통위의 이러한 해명에 대해 다음 쪽 관계자는 "이미 관련법에 의거해 자체 모니터링 기준을 두고 있고, 당연히 법 조항을 모르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먼저 이를 문의할 이유도 없고 따로 문의를 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논란이 되고 있는 (이 대통령) '명예훼손'의 판단을 포털에 떠넘기는 거나 다름없다"며 "만약 광우병 논란과 같은 이슈에 대해 업체가 '허위사실'이나 '명예훼손'을 자체적으로 판단한다면, 오히려 그게 논란이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방통위 측의 해명에 따르면 '공식 요청'이 아니라고 해도 어쨌거나 방통위 관계자가 관련 법 조항을 다음 쪽에 상기시켜 줬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광우병 쇠고기 논란으로 인터넷 상에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방통위가 포털 쪽에 명예훼손성 댓글을 알아서 차단조치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어 정치적 압박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심의 소관부처도 아닌데…"

현재 포털 관련 심의기구가 공식 출범하지 않은 상태에서 관련 업무의 소관 부처가 아닌 방통위 쪽이 과도하게 개입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포털 업계 한 관계자는 "음란성이나 명예훼손과 관련해 심의 판단 기준이 어려울 경우 과거 심의기구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와의 핫라인을 통해 의견교환을 하기는 했으나, 현재는 새로운 심의기구(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이 완료되지 않아 현 정부와는 공식 라인도 가동되지 않고 있다"며 "심의 업무는 방통위의 소관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송과 통신 심의 업무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최근에야 위원 구성을 마무리한 상태로 아직 공식 출범을 하지 않았다. 또 현 방통위 설치법에 따르면, 방송통신심의위는 '독립적인 민간기구'로 규정되어 방통위와 분리되어 있고 업무상 독립이 보장되어 있다.

최시중 국무회의 발언 논란… 시민단체 "방통위가 정부 홍보기구인가" 

한편 최시중 위원장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광우병 쇠고기와 관련해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도 방통위의 정치적 행보에 대한 비판 논란을 더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번 쇠고기 협상의 경우  언론 홍보나 대응에 미흡했다"며 "방송심의위원회가 곧 활동을 시작하게 되지만 사후 심의하는 '사후약방문식'이 아닌 사전에 체계적으로 홍보하고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7일 성명을 내고 "방송의 독립과 공공성을 지켜야할 방통위의 수장이 광우병 논란을 언론 선동 탓으로 돌리거나 언론을 국정홍보의 수단으로 삼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같은 날 성명에서 "미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방통위가 '대처', '심의' 운운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과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는 행위"라며 "방통위는 정부를 홍보하는 기구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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