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판매에 있어서 현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 독점대행 체제의 장점은 일단 방송의 편성·제작과 광고영업의 제도적 분리를 확보한다는 데 있다.

방송사에 대한 광고주 압력을 차단해 방송의 공공성·독립성을 보호하고, '기사와 광고의 바꿔치기' 같은 부당한 광고유치압력 행사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이를 저널리즘 원칙 보호기능으로 설명한다.

양 총장은 "(완전경쟁체제가 도입되면) 기자들의 의지와 무관하게 경영진의 결정에 의해 '기사 바꿔치기'를 상당부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전락할 것"이라며 "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같은 방송사 내에서 장르별 타격이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사고발 프로그램의 본령이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 기능이기 때문에 어느 광고주도 이들 프로그램이 편성, 유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편성·제작과 광고영업의 분리를 통해 '언론사의 보도기능 보호'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지킬 수 있었다는 실증적 사례도 있다. 지난 2005년 말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관련 MBC 보도 이후 광고주의 과 <뉴스데스크> 광고중단 압력이 거셌으나, 이는 KOBACO에 집중됐고 방송사는 보도자체의 사실규명에 주력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로는 언론의 다양성이 상실되고 취약매체의 경영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데 있다. 2006년 기준으로 KBS MBC SBS 방송 3사가 방송광고시장의 87.5%를 점유하고 있는 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반면 종교방송이나 지역민방의 경우 연계판매 중단으로 경영위기에 봉착하게 되고, 신문사에도 경영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신문사 경영압박과 관련해 KOBACO 쪽은 프랑스의 선례를 들고 있다.

여러 변수가 있긴 하나 민영 미디어렙(Media Representative·방송광고판매대행사) 도입 이전인 1986년 방송 22%, 신문 33%였던 광고비율이 도입 이후인 1998년 방송 40%, 신문 27%로 역전됐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한국신문협회는 지난 2005년 8월 임시총회에서 '광고수주에 대한 과잉경쟁, 지나친 시청률 경쟁을 통한 방송의 공익성저해, 신문 방송간 균형발전 훼손'을 이유로 경쟁체제 도입을 반대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지역방송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도 '시청률 경쟁과 방송광고 요금 인상에 따라 지상파방송 3사로의 광고 집중', '매체간 불균형 및 지상파 방송의 공공성·공익성 훼손'을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시청률 지상주의로 오락프로그램은 증가하나 공익프로그램은 쇠퇴할 것이라는 전망과, 광고비 증가로 인해 중소광고주의 기회가 박탈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 정책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한 하나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신태섭 동의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지난 2일 한 토론회에서 2000년과 2005년 방송광고판매제도 개선논의 당시와 올해 사정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2008년은 방송통신위원회 출범과 IPTV 도입 등 방송통신융합의 본격화, 한미FTA 비준에 따른 KOBACO 독점에 대한 투자자 국가소송의 가능성 증대, 친기업적이고 시장지향적인 정부 등장이라는 변수가 더해졌다는 것이다.

   
  ▲ ■표 2 - 연도별 방송광고비 현황 (단위 : 원, 광고주협회)  
 
특히 한미FTA에 따른 방송시장 개방은 지상파 방송의 시청률과 광고비 점유율의 축소를 더욱 가속화시켜 지상파방송이 일개 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MPP) 수준으로 가치 절하될 경우 현 KOBACO 체제는 방송산업의 건전한 발달과 방송 공공성 구현의 결정적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광고매출액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지상파 3사, 특히 MBC와 SBS는 지상파방송이 우월적 지위를 잃게 될 경우 존재 정당성이 없다며 KOBACO 체제의 개선을 촉구해왔다. 지상파 방송사 경영위기로 무료 보편의 공공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광고주협회(회장 민병준)는 또 다른 이유로 현 KOBACO 체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광고주협회는 지난달 29일 KOBACO의 연계판매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광고주협회는 광고주로부터 접수된 연계판매(이른바 '끼워 팔기') 사례 중 1차로 20여 건을 공정위에 신고하고, 광고주가 추후 고발하는 사례를 더 모아 추가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광고주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회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통해 추정 집계한 2007년도 연계판매 금액은 2900여 억 원이며, 1988년 이후 이뤄진 총 연계판매 금액은 3조7000억 원이 넘는다(표2 참조).

광고주협회 관계자는 6일 "우리도 완전경쟁을 주장하지는 않는다. KOBACO 독점이 해소가 되면 '끼워 팔기' 등 현 불공정거래가 해소될 수 있기 때문에 1사 1미디어렙 정도의 제한경쟁 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여론 다양성'에 대해서도 "취약매체의 경우 라디오 외에도 케이블TV나 신문, DMB 등 다양한 플랫폼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청률이나 매체간 차별성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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