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 선동하나.” 이명박 정부 들어 동아일보는 ‘정부 대변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지난달 24일자 동아일보 사설 제목은 ‘광우병’ 논란에 대한 정부 견해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닌지 착각하게 할 정도였다.

동아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은 과학적 검증과 국제기준에 따라 판단할 일이다. 공연한 불안을 부추기는 선동은 국익과 소비자의 후생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면서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세계 25개국에서 보고됐지만 동물성 사료를 금지하고 관리를 엄격히 하면서 사라져가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4월24일자 사설.  
 
광우병을 우려하는 이들의 근심은 괜한 호들갑일까. 동아일보는 “설사 광우병에 감염된 소가 도축되더라도 편도와 척수 같은 위험부위(SRM)를 제거하면 안전하다는 것이 OIE의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누굴 위해 미국 소를 광우병 소라 선동하나"

동아일보는 “미국인뿐 아니라 재미교포들도 같은 기준에 따라 도축된 쇠고기를 먹고 있다. 세계 117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한다. 어느 모로 보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국민 건강권 포기’라는 주장은 반미 선동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주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은 2일 주요 당직자회의에 참석해 “한국 사람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약하다면, 다른 말로는 미국 쇠고기가 한국인한테는 참 위험하다면 매년 천 만 명 정도 미국이나 유럽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심재철 의원은 “특히 광우병이 2003년에 미국에서 발병이 되었는데 그 이후에 미국을 방문한 사람이 500만 명 가량 된다. 이 사람들이 미국 가서 먹은 스테이크와 햄버거는 그럼 또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심재철 의원 "한국 사람의 유전자가 광우병에 약하다면"

심재철 의원은 “쇠고기를 계기로 해서 반미 선동을 하고, 반 정부투쟁을 하고, 반이명박 투쟁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텔레비전이 이처럼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쏟아내서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명백한 텔레비전의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이명박 대통령 탄핵 열기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고 오프라인에서도 한나라당 정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가 폭락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광우병 위험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장은 정말로 ‘반미 선동’에 불과한 것일까.

동아일보와 심재철 의원의 의문은 동아일보가 풀어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동아일보가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에 대해 어떤 시각의 기사를 내보냈는지 살펴보자.

동아일보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

동아일보는 2007년 3월23일자 24면에 <몹쓸 광우병! 한국인이 만만하니?>라는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는 기사에서 “광우병을 비롯해 프리온 단백질이 일으키는 병은 일단 발병하면 수개월~수년에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라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2007년 3월23일자 24면.  
 
동아일보는 ‘몹쓸 광우병’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광우병이 얼마나 위험한 병인지는 기사를 통해 분명히 밝혔다. 동아일보는 “병원성 프리온은 단단하게 뭉쳐 신경세포 안에 쌓여 세포를 파괴하고 정상 프리온마저 병원성으로 바꾼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은 뇌와 척수, 머리뼈, 척추, 편도, 회장 등 병원성 프리온이 많은 부위를 특정위험물질(SRM)로 정하고 수출입을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어느 언론 못지않게 광우병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 심재철 의원은 한국사람 유전자가 광우병에 약하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는데 그 해답도 동아일보가 제시하고 있었다.

동아일보 "병원성 프리온 극미량만 들어와도 축적되면 발병 위험"

동아일보 2007년 3월23일자 기사의 일부분이다. “한림대 의대 일송생명과학연구소 김용선 교수팀은 건강한 한국인 529명의 프리온 유전자를 분석했다. 94.33%가 메티오닌-메티오닌, 5.48%가 메티오닌-발린, 0.19%가 발린-발린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4년 ‘저널 오브 휴먼 제네틱스’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영국은 인구의 약 40%가 메티오닌-메티오닌’이라며 ‘한국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먹을 경우 인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미국이나 영국인에 비해 높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서울대 수의대 우희종 교수의 설명을 인용해 “소를 이용해 만든 식품이나 화장품을 통해 병원성 프리온이 극미량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계속 축적되면 발병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동아 사이언스 김훈기 팀장은 "2007년 3월23일 과학면에 실린 기사는 광우병 연구결과를 소개한 것이다. 동아일보 입장이 지난 정권에서 이랬고 이번에는 바뀌었다고 했는데 그 때(기사)는 동아일보 입장이 아니었다. 이 면은 동아일보 사이언스팀이 별도로 제작하고 있다. 입장 변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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