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SBS 등 방송사의 총선 예측조사가 또 빗나갔다. 18대 총선 투표 마감 직후 방송사 예측과 달리 한나라당은 개표 마감 결과 153석을 얻어 과반에 턱걸이했다.

지역구투표 개표가 99.9%, 정당득표 개표가 98% 마무리된 10일 새벽 2시 현재 결과는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 81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민주노동당 5석, 창조한국당 3석 등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방송사 예측치 최소선인 154석에도 못 미쳤다. 절대 과반 의석 168석에는 훨씬 못 미치고, 방송사 예측치 최대선과 비교하면 30석이 넘는 오차를 보인 것이다.

   
  ▲ 10일 새벽 18대 총선 개표 마감 결과. ⓒKBS  
 
9일 출구조사를 공동 진행한 KBS와 MBC는 오후 6시 각각 한나라당이 155∼178석, 154∼178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했다. 출구조사 대신 전화로 조사한 SBS는 162∼181석, 휴대전화 조사를 진행한 YTN은 160∼184석을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친박연대 약진으로 어긋난 한나라당 예측과 달리, 81석의 민주당은 75∼93석(KBS), 67∼89석(MBC), 68∼85석(SBS), 72∼88석(YTN) 예측과 들어맞는 결과가 나왔다.

앞서 1996년 15대 총선에서도 지상파 3사는 공동 출구조사를 벌여 여당인 신한국당이 175석으로 과반을 넘길 것으로 예측했지만 결과는 139석이었다. 2000년 16대 총선에도 방송 3사는 여당인 새천년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개표 결과 야당인 한나라당이 133석, 민주당은 115석을 얻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도 KBS는 157∼182석, MBC는 155∼171석, SBS는 172석으로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했으나 개표 결과 열린우리당은 과반을 겨우 넘긴 152석을 얻어 이튿날 여러 신문이 빗나간 예측조사를 질책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방송사들은 18대 총선을 앞두고 사전 전화조사 방법을 도입하는 등 조사 결과의 오차를 좁히기 위해 애를 썼으나 역대 총선 사상 최저 투표율(46.1%) 속에 또 한번 당혹스러운 성적표를 받게 됐다. 특히 친박연대 영남 후보자의 약진과 예측을 뛰어넘은 정당득표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대해 KBS는 9일 밤 "선거는 보통 '우세자 과다, 열세자 과소' 경향이 있어 나름 조정을 했는데 한나라당이 과다하게 나오고 친박연대가 과소하게 나왔다"며 "출구조사는 큰 문제가 없었는데 비례대표 지지율을 예측하는 전화조사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KBS는 10일 오전 1시 개표방송을 마치며 "이번에도 예측이 들어맞지 않은 선거가 돼버리고 말았는데 민심 예측은 해마다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고 밝히기도 했다.

MBC 역시 "접전지역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표심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특히 자유선진당을 13∼18석, 친박연대를 5∼7석으로 예측했으나 각각 18석과 14석을 얻었다"고 밝혔다. 최일구 앵커는 10일 오전 2시 개표방송을 정리하며 "저희 MBC 예측조사가 틀렸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투표율이 낮았고 날씨도 좋지 않아 조사에 어려운 점이 있었다.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MBC는 이번 총선에 대해 "한나라당 친이계 패배, 친박계 승리, 민주당 선방으로 정리할 수 있다. 친이계가 기대 이상의 승률을 올리지 못했기에 향후 대운하 등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박근혜 전 대표와 다시 한 번 파트너십 회복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명길 MBC 정치2팀장도 9일 밤 총선 분석에서 "한나라당과 친박연대, 자유선진당, 무소속 등을 합치면 1990년 초거대 여당 민자당에 육박한 대형 보수세력이 등장한 것"이라며 "이번 총선 결과로 대운하 등 새 정부 '실용'의 실체가 한꺼번에 등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20여 년 만에 등장한 대형 보수정치 세력, 그리고 30∼40대보다 더 보수적인 20대의 투표성향(한나라당 지지 53.1%)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속에서도 민주노동당은 권영길(경남 창원을)·강기갑 후보(경남 사천)가 승리했으나, 진보신당은 노회찬(서울 노원병)·심상정(경기 고양덕양갑) 후보가 모두 패배한 데 이어 정당득표도 비례대표 1석을 얻을 수 있는 3%에 0.1% 모자란 2.9%로 원내 진출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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