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됐던 통합방송법안이 1년만에 거의 그대로 ‘부활’했다. 이에 따라 정부여당안에 반대해온 방송사 노조와 시민사회단체, 야당 등은 강력한 비판과 함께 공동저지투쟁을 선언하고 나서 통합방송법안 제정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대립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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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보처는 지난 5일, 95년 14대 국회 당시 여론의 반발로 폐기됐던 통합방송법안과 핵심쟁점사항에서 거의 동일한 통합방송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법안은 언론사와 재벌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 공보처의 방송정책 독점, MSO(복수종합유선방송국) 허용 등 주요 골격및 내용에서 지난해 공보처가 상정한 법안과 거의 유사한 것이다.

특히 공보처가 지난 95년 공보처안 폐기 당시 “여론 수렴을 통해 개선된 안을 내놓겠다”고 약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당시 문제조항으로 지적됐던 조항을 거의 수정없이 상정할 방침임을 분명히 함에 따라 방송사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은 지난 해보다 더욱 증폭되고 있다.

전국방송노조설립준비위원회(방노위·위원장 전영일)는 정부안이 확정됨에 따라 지난 1일 대표자회의를 열고 ‘전국방송사노조 비상대책위’구성 및 방송법 투쟁에 관한 향후 일정에 대해 논의했다.

방노위는 “재벌과 신문사의 위성방송 참여 허용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이 재벌 및 신문사주들에게 방송 허가권을 주는 대가로 음성적 정치자금과 편파적인 언론홍보를 얻어내려는 음모”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공보처를 폐지하고 방송규제권한을 방송위원회로 이관할 것과 재벌과 신문의 위성방송 소유허가안을 백지화하라”고 주장했다.

방노위는 또 공보처가 정부방송법안을 입법예고한 것과 관련 3일 성명을 내고 “공보처가 지난 1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제도개선특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여당에 지연작전을 펴 달라고 요청한 후, 국회의 입법권한을 무시한 채 독자적인 입법예고를 하는 등 이중플레이를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공보처의 입법예고안에 따르면 지난해 공보처가 국회에 상정했던 법안과 마찬가지로 종합편성과 보도채널은 제외하는 것을 조건으로 재벌과 언론사의 위성방송 참여를 허용했으며 방송사 인허가권 등 방송행정의 핵심 권한을 공보처가 독점토록 했다.

또한 공보처에 방송사 허가 취소권을 부여하는등 방송사에 대한 공보처의 통제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지역방송언론의 대기업독점과 자본집중 등의 문제로 비판받았던 종합유선방송의 복수 소유및 운영(MSO)도 허용하고 있다. 이와함께 방송전송망사업과 종합유선방송국 겸영도 가능토록 했다.

방송위원회 구성및 위원 선임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상정됐던 안과는 달리 방송위원 수를 12명에서 15명으로 늘렸으나 쟁점이 되고 있는 방송위원회 위원 선임방식및 권한은 입법·사법·행정등 3부에서 균등 추천,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종전 안을 그대로 고수했으며 방송위 권한 역시 종전안 그대로이다.

이번 통합방송법안의 입법예고기간은 보통 20일에서 길게는 2달 이상되는 다른 법령의 사례와는 달리 오는 14일까지 10일간에 불과하며 오는 11월초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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