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기밀 보호법이 지나치게 비현실적이다. 군 기밀에 대한 판단이 자의적인데다 효력도 없다. 군기법의 취지나 필요성에 대해선 대부분 인정하지만, 기밀의 범위와 운용, 확인 절차등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해야한다는 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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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2년 12월 제정된 기밀 보호법은 제정된지 20년만인 92년 8월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개정됐다. 당시 국방부는 기밀 개념을 구체화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신장한다는 취지로 전문 19개조 1개 부칙으로 돼 있던 법률안을 전문 26개조 3개 부칙으로 일제 정비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군 기밀과 관련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군과 언론간의 마찰이 잇따르면서 현행 군 기밀법이 군 보도와 관련한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채 사실상 ‘사문화된 법’ 조항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기자들이 관련 기관의 취재를 거쳐 군 정보를 입수했을 경우 이 정보가 군 기밀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없는데다 군 기밀의 범위도 모호하다는 것이 일선 기자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3일 조선(북한) 무장 간첩 침투 사건 보도의 경우 현행 군기밀법에 따르면 군 부대 투입 상황이나 작전 지역 등 보도내용 대부분이 군 기밀 법에 저촉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재가 없었던 반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지난 11일자와 14일자에 보도한 ‘무인 정찰기 부대 98년 창설’과 ‘북 도발땐 12곳 응징 공격’ 등은 관련자들을 처벌하겠다고 밝혀 법 적용의 일관성도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93년 일제히 언론에 보도된 ‘율곡 사업 계획’은 군 기밀 1급으로 분류되어 있었으나 국방부가 관련 자료를 언론에 공개적으로 브리핑하는 등 군 당국 스스로가 군 기밀을 어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84년 1월 제정된 군 관계 대외보도 업무 지침인 ‘국방부 보도규정’도 군 출입기자는 공보관의 승인 없이 장성급 인사보도나 대령급 이상을 접촉할수 없다고 명시하는 등 규제조항을 두고 있지만 취재현장에선 도저히 준수할수 없다는 것이 군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중앙일보 통일문제연구소의 김준범차장은 “기자들이 군 기밀을 입수해 이 정보가 1급인지 혹은 2급인지등을 기무사나 관련기관에 확인하고 싶어도 보도자제나 불가를 요구할 것이 뻔해 공식적인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군 당국이 사전에 군 출입기자들에게 군 기밀에 대해 교육을 해준다거나 메뉴얼을 작성해 배포하는 등의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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