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계에도 대선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대선 예비주자 출신 고교 언론인 동문모임이 부쩍 활기를 띠면서 언론계와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고교 동문 언론인 모임은 경복고 출신들의 모임인 ‘언복회’. 지난달 30일 경복고 출신 언론인 45명이 서울 타워호텔에 모여 비공개리에 창립했다. 초대회장에는 이성춘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추대됐으며 총무에 김원호 연합통신 논설위원, 부총무에 신현덕 세계일보 생활부장이 각각 선임됐다. 준비는 2년전부터 이뤄졌으나 지난 여름 준비위가 발족하면서 창립에 가속도가 붙었다. ▶관련기사 5면

창립 배경에 대해 이성춘 회장은 “경기고 등 다른 학교 동문은 언론인 모임이 있는 데 왜 경복고만 없느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많았다”며 “공연한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현정권이 끝난 뒤 모임을 결성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더 이상 동문 언론인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회원 간에 철저한 친목단체의 위상을 지키기로 의견이 모아졌다”며 “의심받을 짓을 하게 될 경우 당장 해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계와 언론계는 언복회의 창립에 대해 상당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대권 예비주자들 간에 물밑 힘겨루기가 한창인 이 때에, 그것도 언론에 일체 알리지 않고 비공개리에 창립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언복회는 내년 연초 동문 언론인 1백여명을 모아 총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경복고 출신 대권 예비주자로는 이한동 신한국당 고문과 김덕룡 정무장관, 이인제 경기도지사등이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초엔 경기고 출신 언론인 동문회 ‘화동클럽’(회장 이돈형 충암재단 감사·전 중앙일보 편집국장)이 같은 학교 출신 대권 예비주자인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 이회창 고문, 박찬종 고문과 각각 간담회를 가졌다.

화동클럽은 참석자들에게 간담회 내용을 모두 오프 더 레코드로 하기로 하고 이들 세 사람에게 대권 출마 의지를 묻는 등 상당히 깊숙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는 이대표와 관련해 최근 나오고 있는 ‘대권무욕론’이란 용어도 이 자리를 통해 유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9월11일 저녁 롯데호텔에선 동국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동국언론인회’(회장 정운경 중앙일보 전무) 회원 50여명 등이 이 학교 출신 대권 예비주자인 최형우 신한국당 고문을 참석시킨 가운데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사회를 본 M신문의 한 간부는 최고문을 소개한 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오늘 이 자리는 큰 뜻을 품고 있는 최의원에게 미력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원로언론인은 최의원을 의리있는 정치인이라고 소개하며 적극 밀어주자고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같은 대선주자 동문모임은 더욱 잦아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 이러한 언론인 모임에 동문 출신 정치인들이 얼굴을 내미는 것은 보통 때 같으면 자연스런 일이기도 하지만 대선 열풍에 고교 동문 언론인모임 또한 자칫 이상기류에 휩싸이지 않을가 하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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