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통합방송법이 표류하고 있다.

여야가 위성방송 참여범위, 방송위원회 위상 및 구성방식 등 핵심쟁점 사안에 대해 ‘의견합의’는 커녕 ‘협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OECD 비준안 처리 시점인 20일 전에 여야 쟁점 사안을 합의해 보자며 매일 열었던 제도개선특위 통합방송법 소위원회도 18일 ‘아무것도 합의한 것 없다’는 보고서만을 남기고 일단락됐다. 더우기 정치적 타협을 통해 여야간의 합의를 이끌어내자며 18일 열렸던 여야 3당 원내총무와 김중위 제도개선 특위위원장을 포함한 4자회담 역시 여야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9일 회담을 한차례 더 갖기로 하는데만 합의하고 무위로 돌아갔다.

이처럼 통합방송법 제정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는 공보처가 주도하고 있는 여권의 대선을 겨냥한 방송전략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간 수천억 원을 들여 쏘아올린 무궁화 위성이 낭비되고 있다며 통합방송법을 조속히 처리해야한다던 공언과는 달리 현 제도하의 방송체제로 내년 대선을 맞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공보처의 실제 속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 여당의 의도가 그대로 관철될 것인가는 미지수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견이 있고 야당과 방송사 노조의 대응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선국면에 본격 진입하는 내년 정치상황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통합방송법안을 포함한 5가지 제도개선특위 상정 법안을 OECD비준안 및 예산안 처리와 연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야당은 내년 대선을 위해서 이번 정기국회내에 통합방송법 등 제도개선특위에 올라온 법안을 반드시 유리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회 일정 가운데 야당의 힘이 가장 센 시기인 예산안 처리 기간을 이들 법안 개정과 연계시키겠다는 전략은 이들 법안에 야당이 얼마만큼 큰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가늠케한다.

지난해 방송법안 철회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방송사 노조들도 11월 18일 방노위 대표자 회의를 열어 국회제도개선특위내에서 방송법 개정에 대한 정부의 태도가 무성의하다고 비판하고 신한국당 이홍구 대표 면담을 신청해 놓는 등 통합방송법의 연내 의결을 촉구하는 여론 형성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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