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 대한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서울고법의 판결로 사실상 언론사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가 불가능해졌다. 공정위가 언론사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가할 수 있는 그나마의 제재수단마저 형해화됐다는 뜻이다. 각 신문사가 이번 판결에 대해 일종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반기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품제공 등에 대해 본사와 지국이 “지국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라고 입을 맞추면 공정위로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제재조치가 부당하다는 근거로 두 가지 점을 들고 있다. 첫째는 조선일보가 경품제공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다는 사실이고 둘째는 조선일보와 지국의 관계가 계약에 따라 독립돼 있어 조선일보가 지국의 경품제공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법원의 판결과는 거리가 멀다. 우선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중앙 일간지 일선지국은 몇몇 지역에서 수십만원씩 하는 위성방송 수신용 안테나 설치를 구독조건으로 제공한 바 있다. 물론 아파트 지역의 집단 구독에 한해 설치해주기 때문에 구독가구 당 돌아가는 안테나의 실제비용은 수만원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영세한 일개 지국이 연간 수만원의 이익금밖에 남지 않는 신문 1부를 확장하기 위해 이런 고가의 경품을 쓸 수 있느냐는 의문이 남는다. 지국장이 자선사업가가 아닌 바엔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이런 판촉비용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 한 판매 관계자는 지국의 경품 구입을 위해 직접 판촉지원비를 내려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신문지대를 할인해주는 방법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본사와 지국 관계다. 물론 법원의 판결처럼 본사와 지국은 전혀 별개인 독립적 조직이다.

그러나 본사와 지국이 맺고 있는 계약을 살펴보면 독립은 형식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본사가 모든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예속적 관계일 뿐이다. 구독확장과 이에 따른 경품제공 등은 거의 전적으로 본사의 지침과 물질적 지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데 판매관계자들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지난해 6월 불공정거래행위를 지적할 당시 이런 불공정 계약을 개선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지국의 경품 사용이 본사와의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이뤄질 수 있느냐는 의문이 다시 남게 된다.

이런 점에서 이번 판결이 신문시장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형식논리로만 일관했다는 공정위 관계자들의 지적은 타당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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