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미소 뒤엔 고통받는 해고노동자가 있습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있는 LG그룹 쌍동이 빌딩 앞. 하얀 솜옷을 입고 스티로폼을 깔고 앉은 2명의 노동자들이 오가는 시민들의 시선을 붙잡고 있었다.

지난 10일 있은 전국노동자 대회와 때를 같이 해 원직 복직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는 성한기씨(42. LG전자 93년 해직)와 이동열씨(37. LG전선 89년 해직)가 그들이다. 단식 5일째를 맞는 이들의 볼과 눈은 푹 꺼져 있었으며 노상에서 찬 바람을 맞아 얼굴은 붉게 상기돼 있었다.

“지난 93년부터 해고자 복직 문제 해결을 그룹측에 요구했으나 아무런 대답이 없어 결국 단식이라는 극한 방법을 선택하게 됐다”고 이동열씨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올해 1월 LG화학의 노조민주화 추진위 활동과 관련해 해고된 3명의 노동자를 포함해 지난 5공 정권 이후 LG그룹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은 모두 67명.

다른 대기업의 경우 노사가 한발짝씩 물러서는 ‘타협’을 통해 해고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고 있으나 LG그룹의 경우는 ‘요지부동’이란 게 이들 해고 노동자들의 설명이다.

지난 5월 해고자 복직 문제가 노동쟁의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자 LG 해고 노동자들은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LG그룹 만은 아무런 메아리가 없었다. 오히려 LG그룹은 이동열씨가 살고 있는 산본 신도시 아파트 일부 주민들이 이씨의 딱한 사정을 보다 못해 대책위를 결성해 시위을 벌이자 주동자 4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형사고소하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할 뿐이었다.

더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국회 노동환경위원회 의원들이 LG그룹 해고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노동부 장관을 질책하기까지 했으나 아직도 해결책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이동열씨 등은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판단에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이게 됐다. “단지 팔순 노모의 아들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떳떳할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되돌려 달라는 것일 뿐”이라고 이동열씨는 애절한 심정을 털어 놨다.

예년 보다 빨리 찾아든 차가운 초겨울 바람만이 이들 해고노동자들의 얼굴을 할퀴고 갈 따름이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