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17일 삼성의 언론계 로비리스트가 존재하며 비공식적으로 촌지를 주는 경우도 여전히 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의 전략기획실이 매년 언론사별로 연간 광고를 배정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 전략기획실은 18일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며 사실과 다르다"며 전면 부인했다.

김용철 변호사 "삼성, 언론로비리스트 있다…그룹이 광고도 배정"

   
  ▲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M쉐르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중인 김용철 변호사. ⓒ이치열 기자  
 
미디어오늘은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M쉐르빌'이라는 건물에서 김용철 변호사와 인터뷰를 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보도, 특히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제신문 등의 보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한 뒤 인터뷰 말미에 삼성 대언론 로비실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삼성이 언론계에 뿌려놓은 게 많다. 리스트도 다 있다. 특히 언론에 굉장히 많은 돈이 쓰였다"며 "큰 일이 있거나 여론조성이 필요할 경우 광고, 협찬 등 공식적인 방식 외에 비공식적으로 썼다. 그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겨레 경향 광고중단과 관련해 "삼성그룹에서 언론사별로 광고를 배정한다. 지난 2003년 쯤부터 인터넷 매체에도 한다"며 "오히려 삼성은 적대 언론에 대해 조금 더 준다"고 말했다.

이밖에 김 변호사는 중앙과 삼성의 위장분리가 허위라는 중앙의 반박에 대해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사장의 명의신탁계약서를 내가 작성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느냐"며 "중앙일보 자체는 모를 수 있겠지만 내게 계약서를 작성토록 지시한 김인주 사장과 홍석현 회장은 알고 있을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김 변호사는 '안기부 X파일 가격협상'과 관련해서도 "X파일 가격협상도 중앙일보 사장쯤 되는 임원이 이학수 부회장에게 가격협상을 했다. 난 그걸 구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었고, 결국 구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M쉐르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중인 김용철 변호사. ⓒ이치열 기자  
 
김 변호사는 또, 삼성의 대언론 정보수집과 관련해 "지난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 사이에 모 방송사 기자와 검찰총장이 통화한 내용 그대로를 구조본(전략기획실) 팀장 회의에서 낭독을 했다. 거기엔 나에 대한 언급도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삼성 "사실무근,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기자한테 돈 주나"

이에 대해 삼성은 부인하고 나섰다. 삼성 전략기획실 김준식 상무는 "김 변호사는 법무팀장을 했을 뿐 언론 쪽은 잘 모른다"며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골프칠 때 촌지준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 지난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M쉐르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진행중인 김용철 변호사. ⓒ이치열 기자  
 
한광섭 상무도 전략기획실(그룹)이 연간 광고를 배정한다는 주장에 대해 "전략기획실 예산을 짤 때 전략기획실 것만 매체별(TV 신문 잡지 인터넷으로 분류)로 배정하긴 하지만 언론사별로 하지는 않는다"며 "제일기획을 통해 연말에 전략기획실의 언론사별 광고집행 내역을 보고받기는 하지만 그건 사전에 하는 게 아니라 사후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상무는 또 "전략기획실 외에 계열사광고는 우리가 직접 배정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인터뷰 일문일답 요지이다.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검찰 수사, 특검수사 과정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를 총평한다면.
"내가 평가의 적절한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내 폭로 이후 여론을 적극 주도한 언론을 잘했다고 하고, 날 비난하면 기분나쁘다고 할테니 말이다. 다만, 문제는 너무 왜곡시키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가족과 연관지어서 내가 퇴폐영업을 했다는 기사나, 삼성과 위장분리 등에 대해 중앙일보가 '사고'성 1면 기사를 게재한 것은 도가 지나쳤다. 중앙의 기사는 스스로 삼성의 계열사임을 자백하는 것과 같다. 또한 경제지가 마치 삼성 특검이 재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보도한 것은 정말 화가 난다. 횡령 배임 등으로 인한 수익을 국민총생산 수치에 포함시켜야 하는지 모르겠다. 범죄 수사를 한다는데 왜 경제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 자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개인지분은 0.31%이고, 이는 대주주도 아니다. 그룹 전체에 대해 우호세력과 가족의 지분까지 합쳐도 0.84%에 불과하다. 삼성의 임직원은 25만 명이며, 협력회사까지 합치면 100만 명도 넘는다. 그런데 이씨 일가가 적은 지분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면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 3대째 세습을 하고 있다. 북한의 세습은 비판하면서 말이다. 자신들은 유능한 경영능력을 가진 DNA를 갖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권력체제를 3대째 세습시키면서 이를 묵인해달라며 검찰, 언론 등 오만군데를 오염시키고 부스러기를 뿌려주고 있다. 특히 전략기획실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정작 업무는 엉뚱한 관계사에 대한 일을 하고 있다. 이는 존재 자체가 범죄이며 배임이다. 나 역시 그런 일 했다. 급여도 받지 않는 회사에 대해 사소한 투자업무에서 공시 공고까지 승인한다. 도대체 관계사 경영진과 임원은 뭘하는 건가. 계열사 수가 59개, 임직원 25만 명에 달하는데 삼성 전략기획실이 이들을 인질로 잡고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 경제지에서는 '규제천국에서는 비자금이 정당방위'라는 주장을 했던데 말문이 막힌다. 최소한 나는 공론화 여론화를 하면 삼성 이씨 일가의 문제가 해결될 것을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은 국가경제 이익론 등을 아젠다로 띄우면서 끝까지 버티려고 한다."

-언론이 철저히 삼성논리를 대변한다고 보나.
"방송사는 참 고마웠다. 방송의 경우 데스크의 획일적 통제가 좀 덜한 것같다.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같다. 하지만 신문은 태도가 너무 뚜렷하다. 보도경쟁이 없는 사건이 돼 버렸다. 평기자와 데스크 모두 편할 것같다. 취재가 안 돼서가 아니라 취재를 안 하는 것이다. 얼마전에 중앙일보의 한 여기자가 전화해서 '변호사님 말씀 잘 듣고 있다. 죄송하다. 이해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봉급쟁이로서 어쩌겠느냐'고 하고 말았다. 또 경제지 기자 한 명이 전화해서는 '심기를 불편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했다. 바르지 못한 데스크 때문에 유망한 젊은 기자들이 갈등을 겪고 무기력해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나."

-어느 매체의 보도가 문제라고 보나.
"내가 지적하는 것은 삼성이 아니라 이씨 일가와 전략기획실 등 극소수 세력에 대한 것이다. 중앙과 동아는 사주가 삼성과 특수관계라고 하나 이렇게까지 보도가 (삼성의 입장과) 일치돼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특히 동아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반면, 경향신문은 삼성의 광고의존도가 20%를 넘는다고 하던데 너무 열심히 쓴다. 그래서 미안하다. 이 문제가 합리적으로 빨리 끝났으면 한다."

-조중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강남지역의 한 스님이 만나서 이런 말을 했다. 강남지역엔 50가구 중 48가구가 조중동을 본다는 것이다. 결국 사회적 강자가 보는 신문이 조중동이라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조중동의 역할이 중요하다. 우리시대의 도덕적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정말 잘못하고 잇는 게 아닌가 한다."

-연간 언론사 광고배정은 삼성 전략기획실에서 도맡아 하나.
"그룹에서 언론사별로 한다. 인터넷 매체에도 한다. 오히려 삼성은 적대 언론에 대해 조금 더 준다. 이는 일종의 매수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언론이 광고 더 받았다고 사실을 왜곡해서 써서는 안된다."

-중앙일보와 삼성의 위장분리, 중앙 간부의 X파일 직접 가격협상 등에 대해 중앙은 전면 부인했다.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사장의 명의신탁계약서를 내가 작성했다. 그런데 아니라고 하면 내가 뭐라고 해야 하나. 그 계약서는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중앙일보 자체는 모를 수 있겠지만 내게 계약서를 작성토록 지시한 김인주 사장과 홍석현 회장은 알고 있을 것이다. X파일 가격협상도 중앙일보 사장쯤 되는 임원이 이학수 부회장에게 가격협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난 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냈다."

-그것외에 중앙과 삼성이 분리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줄 근거는 없나.
"심지어 중앙일보의 인사문제에도 삼성 전략기획실이 개입하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법무팀장 시절 이학수 부회장은 '누구는 말을 잘듣고, 성격은 어떻다'는 등의 성향에 대해 언급하곤 했다. 아마도 중앙일보 경영진이나 편집국 주요보직에 대한 인사는 이건희 회장이 정하거나, (전략기획실과) 협의해서 정하든 할 것이다."

-중앙에 대해 평가를 해본다면.
"이 사건은 액수로 만 따지면 단군기원 이래 최대의 비리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중앙은 삼성의 계열사임을 스스로 자백했다. 기자들은 나서서 자진 폐간해야 한다고 본다."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동아가 왜 저렇게 보도하는지 나도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언론사의 전통이 훼손된 것같다는 생각이 든다."

-조중동 기자들 중 연락이 오는 기자들도 있나.
"중앙과 동아는 일체 취재요청이나 연락이 오질 않는다. 조선일보 기자는 자주 인터뷰 요청을 한다. 하지만 신부들이 '조선 기자들은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고 해 가급적 거절하고 있다. 하지만 주류 언론에도 인터뷰를 했으면 한다."

-한겨레 경향이 삼성 비자금 사건을 비판적이고 적극적으로 보도하자 삼성과 그 계열사까지 광고를 끊었다.
"계속 자기를 비판하는데 삼성 입장에서 기분 나쁘지 않겠느냐. 아마도 주고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이해한다. 다만 문제는 광고배정권을 전략기획실이 쥐고 있다는 게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각 계열사가 광고효과 등을 고려해 알아서 해야 한다. 그동안 삼성은 그룹과 관련된 특이사항이 생기거나 우호여론 조성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이건희 회장이 '광고 협찬 더 쓰라'고 해왔다.

-광고 협찬 등 공식적인 것 외에 삼성은 어떻게 언론관리를 하느냐.
"관리라고 한다면 우선, 광고를 집행하는 것과 주요보직에 있는 언론인 인사들을 인맥관리하는 것이다. 삼성 홍보팀의 경우 기자들에게 밥사고 접대하고 인간적으로 친해지는 방식으로 한다. 그 와중에 촌지를 주기도 한다. 골프장에서 내기골프할 때 잃어주기 위한 돈을 갖고 간다. 그리고 밥먹을 때 한 50만 원씩 주는 것도 봤다. 언론사 사세에 따라 액수도 다르다."

-언론과의 접촉이나 정보교환은 어떻게 하느냐.
"지난 2003년 말에서 2004년 초 사이에 모 방송사 기자와 검찰총장이 통화한 내용 그대로를 구조본(전략기획실) 팀장 회의에서 낭독을 했다. 거기엔 나에 대한 언급도 들어있었다. 또한 회의 때면 '어떤 기자는 관리가 잘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정 안 되면 이학수 부회장이 직접 해당 기자를 만나가도 한다. 또 홍보팀 간부들은 회의 때 주요 보고사항 중 저녁 가판에 실렸던 기사를 순화시켰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삼성의 언론계 로비는 당초 삼성특검법에도 수사대상으로 포함됐었는데 실제로 대언론 로비를 했나.
"삼성이 언론계에 뿌려놓은 게 많다. 리스트도 다 있다. 특히 언론에 굉장히 많은 돈이 쓰였다. 큰 일이 있거나 여론조성이 필요할 경우 광고, 협찬 등 공식적인 방식 외에 비공식적으로 썼다. 그 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 누가 누구에게 줬는지, 명절때는 각각 얼마씩 줬는지, 총액이 얼마라는 것도 나와있었다. 삼성이 지금 자료를 다 폐기하고 있는데 아마 그 자료는 쉽게 없애지는 못할 것이다."

-언론이 향후 삼성비자금 사건을 어떻게 다뤄야 한다고 보나.
"자꾸 기자들은 전화해서 구체적인 팩트나 정보가 없냐고 하는데, 이젠 나와있는 팩트를 검증하도록 지켜봐야 한다. 언론은 오히려 방향을 제대로 잡았으면 한다. 재벌신문들은 못하더라도 다른 언론은 국가와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씨 일가와 전략기획실의 지배체제를 해체해야 한다는 방향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이들을 그냥 묵인했을 경우 그 해악과 규모는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언론은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고, 최소한 뭘 다뤄야 하고 국민여론을 어떻게 끌고가야 하는지를 알고 있기에 그렇다."

-특검 수사가 어떻게 될 것으로 전망하나.
"이명박 특검의 수사검사는 10명인데 삼성 특검은 3명에 불과하다. 수사대상과 규모는 비교도 안 된다. 하지만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하고, 나머지는 다시 검찰이 수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조사를 받는 사람이 범죄자로서 범행을 자백하고 뉘우치는 게 중요함에도 이게 잘 안 되면 매우 소모적으로 흐를 것이다. 지켜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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