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수위의 ‘언론사 성향조사’를 특종으로 보도한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지난해 대통령선거가 끝난 직후부터 차기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병국 한나라당 의원이 본부장으로 있는 홍보기획본부가 지난해 말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를 허용하고 MBC를 민영화하겠다며 미디어정책의 주요 방향을 설정했다. 정 본부장은 “살아남지 못하는 신문사는 도태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그 와중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교육분과에 문화관광부에서 출판신문과장을 지낸 박광무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문화도시정책국장과 전 조선일보 기자로 이명박 캠프에 합류했던 진성호 전 선대위 인터넷팀장이 전문위원으로 들어갔다. 신문과 방송을 넘어 미디어업계에 새로운 틀이 짜여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인사였다.

이번 보도를 지휘한 이재국 정치부 차장은 “방송계 인사가 예정돼 있는 상황이었고, 신문 관련 기구의 통폐합 얘기도 있어 다른 기자들과 함께 여러 취재원을 통해 정책 변화와 더불어 각 기관마다 인수위에 보고하기 위한 현황 파악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을 챙겨보는 과정에서 문건들이 입수됐다”고 밝혔다. 언제, 어느 기관의 누구로부터 입수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문건을 입수한 정치부는 인수위가 언론인의 ‘성향’까지 파악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대선에서 큰 표차로 압승한 이명박 당선인의 인수위가 한반도 대운하 등에 대해 반대하는 언론에 불리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새판짜기는 총선 이후일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박 국장이 ‘언론 사찰’에 대해 인수위에 보고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내린 지시이며, 진성호 전문위원과는 알지 못하는 사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서도 경향은 다른 판단을 갖고 있었다. 인수위 활동이 끝나면 핵심 요직을 맡을 게 뻔한 사람이 무리한 조사를 개인적으로 진행했을 리 없고, 박 국장이 출판신문과장이었던 당시 조선일보에서 미디어담당을 했던 진 전문위원이 서로 모르는 관계라고 보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차장은 “박 국장이 출판신문과장이었을 때 신문 공동배달 운영과 지원 등의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다른 신문사 관계자들과 함께 만난 적이 있는데, 굉장히 소극적인 태도였다”며 “문건과 해당 기관 취재 내용, 정황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논의한 결과 이 당선인이 지시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언론 통제 의도가 분명한 만큼 사태가 심각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 차장은 “여러 곳에서 경향이 입수한 문건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앞으로도 자료로서 가치가 있는 내용이어서 줄 수 없었다”며 “특종을 하겠다는 마음도 좋지만, 이번 사안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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