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맛깔스러운 음식, 그리고 붉은 황토 빛의 맑은 자연환경과 남도의 문화다. 그리고도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것이 있다면 '겁나게 거시기'한 전라도사람들 특유의 여유로움일 것이다.

전라도 구석구석 숨은 풍경과 그 속에서 꿋꿋하게 살아 온 인물, 역사의 뒤안길을 오롯이 훑은 남도 답사의 길잡이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얼굴을 내 밀었다. ‘이철영의 전라도 기행’이 그 것이다(도서출판 화남 펴냄. 값 13000원).

   
   
 
이 책은 전라도 토박이인 작가 이철영(답사 여행 작가)이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와 월간 사보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으로, 남도의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한껏 느껴지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살가운 남도 풍경을 거닐며 정감 가는 민속과 맛 기행, 문화를 아우르는 다양한 체험, 전라도 지역의 사찰을 순례하며 그곳에 얽힌 역사와 전설, 아름다운 유적과 풍경을 담아냈다. 5년 여에 걸친 여행 기록들은 독자들이 전라도의 구수하고 푸근한 옛 멋을 느끼도록 안내한다. 문학기행, 인물탐방, 역사에 이르기까지 전라도가 품고 있는 아름다움이 이 책 속에 고스란히 소개되었다.

이철영의 전라도 기행은 <오마이뉴스>에 연재될 당시, 누리꾼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 책이 여느 기행 서적과 다른 점은, 단순한 여행 소감과 안내 수준에 그친 것이 아니라,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깊은 사색이나 유년의 경험을 문학적 감수성을 살려 내 전라도의 어제와 오늘에 잘 버무려냈다는 점이다.

작가는 눈을 부릅뜨고 취재에 매달리면서도 어느 때는 사람을 좇았고, 또 어느 때는 풍경을 훔쳤으며,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쓴 글들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완행버스처럼 쿵쾅대는 향수어린 느낌을 준다. 매 꼭지 끝마다 작은 상자에 역사적 사건이나 유적에 관한 설명이 곁들여 어린 학생들이나 독자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한 점도 눈에 띈다.

전라도를 훑고 기록하는 일이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패배와 한숨의 시절이 팔할이었던 게 전라도인 까닭이다. 저자 이철영씨는 “역사든, 사람이든, 풍경이든 간에 거기에는 늘 오늘의 삶을 반성케 하는 숨은 뜻이 담겨있게 마련이었다”며 “토양에서 인문이 싹트고, 크게 자란 인문이 다시 토양을 경작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전라도 기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지금까지 전라도라고 하면 교과서에 나올 법한 남도 문화 정도로 단편적으로 만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는 전라도 사람들의 진솔한 삶, 역사와 문화적 배경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가꾸어가는 전라도 고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편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학과를 수료한 저자는 대학 재학시절 <민주조선> 편집장으로 필화사건을 겪기도 했으며, 현재 광주민예총 정책위원 등 다양한 문화운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2008년 01월 17일 (목) 10:05:41 이국언 기자  road819@siminsor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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