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가 대구경북기자협회장 선거의 '비민주성'을 지적하며 협회 '활동중단'을 선언했다.

영남일보는 지난 16일자 신문 30면에 <대구경북記協 활동을 중단하며>라는 제목의 <동대구로에서>칼럼을 통해 "영남일보 지회원들은 정당성과 정체성을 송두리째 잃은 대구경북기자협회의 활동을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칼럼은 영남일보 1사회부 조진범 차장이 썼다.

조 차장은 대구경북기자협회 영남일보 부지회장을 맡고 있다. 영남일보는 '활동중단'의 주요한 이유로 지난 해 12월에 실시된 '기협회장 선거'를 꼽았다.

"체육관선거보다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 영남일보 1월 16일자 30면.  
 
조진범 차장은 이 칼럼에서 "최근 실시된 대구경북기자협회장 선거는 '눈 가리고 아웅'이었다"며 "대구경북기자협회장 선거는 지역의 기자들을 대표하는, 그야말로 신망있는 인물을 뽑는 절차이지만, 기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박탈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속된 언론사의 대표격인 지회장들이 수십 명의 선거인을 대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며 "1980년 전두환 대통령을 뽑았던 통일주체국민회의 서울 장충동 체육관선거보다 더욱 폐쇄적이고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처럼 닫힌 시스템에서 로비가 통하고, 끼리끼리 밀어주는 패거리식 문화까지 형성됐다는 후문"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의 비민주성을 알면서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간 부분이 있다. 영남일보도 책임을 느낀다"며, "그러나 뒤늦게나마 막연한 '동업자 의식'에서 벗어나 '노(No)'라고 하는 것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지"라고 '활동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또, "더이상 대구경북기자협회가 '지회장들만의 리그'가 돼서는 안된다"며 "존재목적을 상실한 채 왜곡되게 운영되는 대구경북기자협회에 섞일 수 없다는 결의를 모으면서, 우리 스스로 및 지역민의 자유의지와 행복을 높이는 데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영남일보 뒤늦은 문제제기 이해 힘들다"

대구경북기자협회는 지난 2007년 12월 선거에서 대구일보 정규성 문화스포츠부장을 새 협회장을 뽑았다. 대구경북기자협회는 KBS대구총국과 대구·포항·안동MBC, TBC, 대구·포항CBS,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대구신문, 연합뉴스 경북지사를 포함해 모두 12개 언론사 4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영남일보는 협회장 선거와 관련해, ▶'기자들이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 박탈' ▶'지회장들이 수십명의 선거인을 대리하는 식' ▶'폐쇄적이고 비민주적' ▶'로비가 통하고, 끼리끼리 밀어주는 패거리식 문화'라고 칼럼에서 지적했다. 조진범 차장은 "지난 협회장 선거는 이런 관행이 심했고, 특히 협회장이 내정된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선거 이전에 선거방식의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영남일보도 책임을 느낀다"며 "전체 회원 투표가 어렵다면 대의원투표라도 해서 회원들의 뜻이 최대한 전해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었던 한 협회 관계자는 "협회장이 내정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일축하면서, "영남일보 김봉규 기자와 대구일보 정규성 기자 2명이 후보에 등록했는데, 선거 당시 김봉규 기자가 사퇴하면서 단독후보가 된 정규성 기자가 무투표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400여 명의 회원이 모두 투표하기 힘드니 지회장들이 위임받는 것"이라며, "영남일보의 뒤늦은 문제 제기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시 선거에는 회원들의 위임을 받은 지회장들이 참석했다. 대구경북기자협회는 협회 소속 신문·방송사가 순번제로 협회장을 맡아오다 4년 전부터 '경선'으로 바뀌었다.

"민주적 운영 약속하면 언제든 협회 활동에 참가"

영남일보는 '뒤늦은 문제 제기'라는 지적에 대해 "지회 회원들의 뜻을 물어보고 논의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영남일보 지회는 지난 1월 10일 총회를 열어 기협 문제에 대해 토론한 뒤 투표를 통해 '활동중단'을 결정했다. 영남일보 지회는 기자 87명이 대구경북기자협회에 가입돼 있다.

또, 영남일보가 '친목단체'인 기자협회와 관련해 신문 '칼럼'으로 활동중단을 선언한데 대해 "기자협회의 문제를 강하게 어필하고 기자협회가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뜻"이라고 조진범 차장은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활동중단이 '기협 탈퇴'나 '재선거 요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자협회 윤철희 영남일보지회장은 "기자협회의 민주적 운영을 요구하며 활동을 중단한 것일 뿐, 기자협회를 탈퇴하는 건 아니다"며 "대구경북기자협회 모든 회의나 활동에는 참가하지 않겠지만 친목이나 세미나 같은 영남일보 자체 지회 활동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협회장 선거에 문제가 있었지만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희들도 반성하고 있으며, 협회가 민주적 운영을 약속하면 언제든 다시 협회 활동에 참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기자협회 정규성 회장은 이와 관련해 "자세한 사정부터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평화뉴스 /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