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지난 14일 보도한 <KBS 미디어포커스 “정 사장 여러 차례 권력 비판 언급” 두둔 / 한나라 “친권력 엄호, 시대정신 위반”> 기사에 대해 KBS <미디어포커스> 쪽에서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 편집자

동아일보는 지난 3일 정연주 KBS 사장의 신년사에 대해서 이렇게 비판했다. 제목은 <정권말 버티기?>, 중간 소제목은 <정 사장, 취임-신년사 7번 중 권력 비판 언급 처음>이다. 권력비판은 언론의 기본적인 책무이다. 공영방송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정말 권력 비판에 대해서 처음 말한 것일까.

정 사장의 공식 발언 기록을 찾아봤다. 정 사장은 지난 2006년 연임이 됐을 때 취임사를 통해 정치와 자본에 독립해 사회적 비판 기능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KBS는 정치와 자본 뿐 아니라 권력을 행사하는 모든 집단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사로서 사회적 비판 기능을 다함으로써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며….”(2006년 취임사)

KBS <미디어포커스>는 지난 12일 ‘차기 정부의 언론 정책’을 다루면서 KBS에 대한 언론의 기사를 분석했다. 동아일보의 1월3일자 기사 가운데 ‘정 사장이 취임·신년사에서 처음으로 권력 비판을 언급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이에 대해 14일 반론 형식의 기사를 실었다. 내용을 보자.

“그러나 정 사장이 2003년 4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두 차례의 취임사와 다섯 차례의 신년사에서 권력을 직접 겨냥한 비판을 강조한 것은 처음으로, KBS의 주장은 아전인수 격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동아일보 1월14일자)

말이 달라졌다. 동아일보는 지난 3일자 기사에서 ‘권력 비판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가 14일자 기사에서는 ‘권력을 직접 겨냥한 비판을 강조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말을 바꿨다.

처음에는 ‘언급’한 것이 처음이라고 했다가, 처음이 아니라고 하니까 이제는 ‘강조’한 것은 처음이라는 것이다. 말장난이다. ‘권력 비판’에 인색했다고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정연주 사장의 또 다른 발언을 보자.

“이런 때에 한국의 중심 채널 KBS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자명합니다. 언론의 1차적인 기능인 ‘진실을 전달하는 것’, 그리고 ‘모든 권력을 감시하고 지켜보는 비판적 기능’에 충실해야합니다.”(2007년 창립기념사) “진실의 편에 서서 강자의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한편 사회적 약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언론 본연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2004년 창립 기념사) “KBS는 자유, 평등, 정의, 복지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고 사회적 강자의 권력 남용을 감시하며….”(2004년 기자간담회) “모든 권력으로부터 철저히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이 중요합니다.”(2007년 신년사)

동아일보는 그러나 이 같은 과거 정 사장의 발언은 ‘교과서 같은 원론’에 그쳤다고 항변한다.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원론적’이고 어떻게 이야기하는 것이 ‘권력을 직접 겨냥’한 것인지, 그 기준은 무엇인지 동아일보는 답해야 한다.

이번 동아일보의 반론처럼 ‘기사’인지 ‘말장난’인지 분간하기 힘든 반론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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