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는 변화와 혁신보다는 경험과 안정을 선택했다.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한겨레 대표이사 선거에서 경험과 통합을 내세운 기호 1번 고광헌(53) 전무이사가 프론티어 정신을 내세운 양상우 기자를 누르고 차기 대표이사로 선출됐다.

고 후보는 11일 오후 7시30분에서 8시30분까지 진행된 2차 투표에서 202표(52.7%)를 얻어 당선을 확정지었다. 양상우(45) 후보는 결선투표에서 173표(45.1%)를 얻는 등 선전했지만 1차 투표에서 벌어졌던 표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1차 투표 결과는 고 후보 179표, 양 후보 141표였다.

이날 결선투표에는 본인 명의로 한겨레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정규직 임직원 460명 중 383명(83.2%)이 참여했다. 고 후보는 오는 3월8일 한겨레 주주총회에서 사장으로 정식 취임하게 된다.

한겨레 구성원들이 고 후보를 선택한 것은 편집국과 광고국 경험을 두루 갖춘 인사라는 점이 표심을 움직였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삼성광고 중단과 정권교체 등으로 위기의식을 갖고 있는 한겨레 구성원들에게 변화보다는 안정이 더 피부에 와 닿았을 것”이라며 “위 선배들도 40대 기수인 양 후보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기자도 “경험과 안정적인 면에 좀더 점수를 준 것 아니겠냐”며 “현재 한겨레는 획기적인 시도보다는 지금까지 추진해온 방향대로 교육사업부·한겨레플러스·한겨레출판을 키우고 경제연구소를 활성화하는 등 여러 성장요인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역할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도 고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후보가 제시하고 있는 지향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 후보는 공약에서 한겨레플러스와 한겨레출판, 씨네21 등 기존 사업영역을 육성시키고,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브랜드를 강화해 한겨레의 외연과 수익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장은 무리하게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기보다 제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개개인과의 소통도 강조했다. 노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해 노조와도 정기적인 협의채널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삼성광고 중단사태가 긍정적으로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삼성만 바라보지 않고 수익다각화로 돌파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사옥 이전 추진 계획도 공약에 들어있다.

무엇보다 한겨레 구성원들이 새 대표에게 바란 것은 고 후보가 핵심표어로 내건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이었다. 편집국의 한 기자는 “선거에서 이겼지만 불과 29표 차에 불과한 것은 한겨레 내부에 변화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며 “능력에 따른 인사혁신으로 ‘통합과 비전의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비편집국의 한 구성원은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 때마다 불거졌던 ‘파벌 갈등’이 재현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선거로 인한 상처를 빨리 봉합하고 핵심자산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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