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다.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 '공짜는 없다'는 것이다. 민자유치라는 공짜 점심을 사줄 듯 얘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공짜가 결코 아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해 인터넷 홈페이지가 다운됐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8일 한겨레에 칼럼을 실었다.

그는 35면 <민자유치는 교묘한 덫이다>라는 칼럼을 통해 "대운하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민자유치'라는 카드가 등장했다"면서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이 사업에 참여한다면 당신네들은 할 말이 없다. 이런 논리로 반대의견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그 밑에 깔려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 한겨레 1월18일자 35면.  
 
이준구 교수 "경제학 기본 법칙 '공짜는 없다'"

이준구 교수는 "대운하 사업을 100% 민자로 수행하겠다는 말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사업의 타당성이 자동적으로 검증되는 것은 물론, 세금 한 푼들이지 않고 큰일을 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설사 이 사업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우리가 세금을 더 낼 필요도 없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데 구태여 반대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공짜 점심인 줄 알고 얻어먹었다가 크게 후회한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민자유치라는 말에 현혹되어 나중에 후회할 일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기업들이 어떤 근거에서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는지 생각해 보면 민자유치가 공짜 점심이 될 수 없음을 바로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환경피해 비용에 주목했다. 그는 "기업은 환경피해 비용에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부담해야 한다. 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짜 점심인 것 같아도 사실은 그렇지가 않은 것이다. 민자유치에 성공했다고 해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입증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준구 교수 "당근으로 민간기업 유인하면 '사업폐기' 외쳐야"

또 다른 관심 포인트는 '당근' 제공 가능성이다. 이준구 교수는 "민간기업이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해서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참여 기업에 '당근'을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면 그 사업의 경제적 타당성은 한층 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비용을 제외하고도 수지타산을 맞출 수 없는 사업이라면 타당성을 거의 갖지 못한다고 보아야 한다. 정부가 당근으로 민간기업을 유인하는 낌새를 보이면 단호하게 '사업 폐기'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구 교수는 "민자유치는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는 쪽이 교묘하게 쳐놓은 덫이다. 공짜일 수 없는 것을 공짜로 위장해 순진한 국민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 덫에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우리는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향신문 "민간업체에 대운하 주변 개발사업 보장 검토"

앞서 경향신문은 1월5일자 1면 <대운하 '변질'>이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경부대운하의 수익과 관련, 민간업체에 현금 등 직접 보장 대신 주변 개발사업으로 사실상 보장해주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 경향신문 1월5일자 1면.  
 
경향신문은 "이 경우 참여업체들이 당초 운하 건설 목적인 물류보다는 관광이나 레저시설 운용 등에 주력할 공산이 커 그간 환경 시민단체들이 재기해 온 무분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 우려가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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