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억 원의 대작이기 때문에, 아니면 부상투혼을 불사른 '욘사마'의 출연작이기 때문에 결방되지 않고 방송된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한단 말인가?"

지난 5일 막을 내린 MBC 특별기획 <태왕사신기>에 대한 내부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박성제)는 6일 펴낸 노보에서 <태왕사신기>를 드라마 제작시스템 점검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그간 일어났던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먼저 <태왕사신기>는 사전제작 드라마로 선보일 예정이었으나, 4차례의 방영연기로 논란 속에 출발했다. 그 뒤로도 방송 당일 시간을 제때 못 지켜 타 프로그램에 차질을 가져왔다. 지난달 29일 방송된 <태왕사신기> 23회분은 평소보다 20분 가량 지연된 밤 10시15분부터 방송됐다.

그날 밤 8시께 제작진이 테이프 입고가 늦을 것이라고 통보해왔고, 임원진 회의 결과 생방송인 <뉴스데스크>와 <스포츠뉴스>를 늘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드라마 입고 지연 사례가 숱하게 있었지만, 이번처럼 뉴스 시간을 늘려가면서까지 드라마를 방송한 것은 극히 드물었다고 MBC노조는 지적했다.

   
  ▲ MBC 특별기획 <태왕사신기>. ⓒMBC  
 
게다가 보도국은 같은 달 19일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삼성 뇌물' 폭로 기자회견과 관련해 "드라마 <이산>이 제 시간에 나가야 시청률을 올릴 수 있으므로 <뉴스데스크>가 절대 시간을 더 써서는 안 된다"는 압박을 받은 바 있다. 정작 필요할 때는 뉴스시간을 늘리지 못하면서, <태왕사신기> 편집이 끝나지 않자 생방송도 늘려야 했던 것이다. 결국 이날 <태왕사신기>의 방송이 늦어지면서 <100분토론>도 '유탄'을 맞아 20분 순연 됐다.

MBC노조는 "외주제작사의 상황에 따라 수시로 편성이 바뀌는 것은 물론, 경쟁력 있는 드라마의 경우 판권조차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방송사가 외주제작사의 단순한 유통창구이자 '천수답 농민 신세'로 전락했다"고 주장했다. MBC노조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드라마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권을 회복함과 동시에, 드라마에 대한 환상에서 스스로 깨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금과 같이 살인적인 주 140분 방송이 과연 적절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 아래 드라마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드라마 편수를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MBC노조는 미국이나 일본이 미니시리즈 형식을 포기하고 시즌제나 분기드라마(주 1회, 총 11부작)라는 독특한 양식을 이룬 계기가 바로 제작비 급상승이었다는 선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MBC노조는 끝으로 "네티즌이 뽑은 '2007년 최고의 드라마'에 선정됐다고 해서, 드라마가 가장 막강한 콘텐츠라고 해서 현 사태를 용인하고 드라마 편수 조정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할지 모른다"며 "그러나 일시적 성과에 취해 본질을 외면한다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조만간 닥쳐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달 말에 발행된 MBC 방송경영인협회보(발행인 진종재)도 "<태왕사신기>가 보통의 드라마보다 더 벌어다주었을 광고수익의 총합은 아마도 (외주제작사에 돌아가는 만큼의) 해외수익 손실을 뛰어넘을 것"이라면서도 "미디어그룹으로서의 MBC의 위상, 편성권자로서의 결정권, 시청자의 신뢰, 다른 기획드라마의 가능성 등을 모두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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