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 산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박영상)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결국 '주의' 결정을 내렸다. 선거방송심의위는 또한 지난달 19일 KBS가 방영한 <시사기획 쌈>에 대해서도 같은 결정을 내렸다.

선거방송심의위는 5일 오후 <손석희의 시선집중> 제작진을 출석 시켜 의견을 들은 뒤 격론 끝에 표결에 들어가 찬성 4표 대 반대 3표로 이와 같이 결정했다. 김민남 위원장은 지난 4일자로 사표가 수리됐으며, 이날 회의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박 부위원장은 불참했다.

찬성 쪽에 표를 던진 인사들은 지난달 22일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누나 에리카 김과 진행한 전화인터뷰가 방송심의규정 11조(재판 중인 사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반대입장을 견지한 쪽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날 회의는 이명박 후보 BBK 주가조작사건 연루 의혹에 대한 검찰 발표가 오전에 진행된 때문인지 상당히 격앙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MBC  
 
선거방송심의위의 이날 결정에 따른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2일 사회자 손석희씨는 인터뷰 도중 에리카 김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거듭 밝혔을 뿐만 아니라, 이튿날 한나라당 쪽에도 똑같은 분량의 반론 기회를 주겠다고 고지했었다. 언론학자들 역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피의자 인터뷰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인총연합회, 한국PD연합회 등도 한나라당의 MBC 항의방문과 민영화 발언을 '언론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3일 방영된 <시사기획 쌈>에 대해서도 5일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는 2개의 비판적 아이템을 방송하면서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는 서초동 땅, 자녀 문제, BBK 주가조작사건, 차명 후원금 등 5개의 비판적 아이템을 방송했다"며 KBS 쪽에 시청자 사과방송을 요구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김창룡 인제대 교수(언론정치학)는 "이번 '주의' 결정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방송메커니즘에 대한 고도의 이해가 필요한 선거방송심의위에 과연 그런 위원들이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방송위원장은 심의위로부터 제재 결정을 통보 받은 경우 방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바로 해당 방송사에 시정 및 제재조치의 이행을 명하거나 권고해야 한다. 방송위의 다음 전체회의는 오는 11일 열릴 예정이다. 다음은 선거방송심의위원 명단(괄호 안은 추천기관)이다.

△박영상 한양대 신문방송정보사회학부 교수(방송위원회)
△성유보 케이블TV방송협회 윤리위원장(대통합민주신당)
△손태규 단국대 언론영상학부 교수(한나라당)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한국기자협회)
△남선현 방송협회 사무총장(방송협회)
△윤상일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대한변호사협회)
△최경진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방송학회)
△박선영 국가청렴위원회 위원(공영방송발전을위한시민연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