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선거에서 비판적 평가자의 역할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후보자 자질, 능력 등을 검증해서 유권자에게 알리는 것은 언론의 책무다. 언론이 이런 기능을 잘 발휘할수록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이고 미래가 보장되는 사회다.

한나라당이 BBK와 관련해 일부 언론에 보이는 태도는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정당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한나라당은 MBC 라디오 ‘시선집중’이 에리카 김의 인터뷰를 내보내자 '여당의 흑색선전 부풀리기',“악의적인 보도”라며 지난 달 23일 MBC를 항의방문하고, ‘MBC 민영화’를 거론했다. 또 지난달 22일, 29일 예정됐던 ‘100분토론’에 불참했다. BBK 의혹 등을 보도한 기자 개개인을 상대로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거나 시청거부 운동을 벌이겠다고 위협한다. 한나라당의 이런 태도는 합법적 정당으로써 최소한도의 양식과 윤리의식을 저버린 후진적 태도다. 이런 정당이 어떻게 정권을 담당하겠다면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지 한심스럽다.

기자협회의 지적처럼, 다른 언론도 에리카 김을 인터뷰했고 MBC가 다룬 의혹들을 앞서 보도했는데도 유독 MBC 보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MBC를 본보기로 삼아 언론 전체를 길들이겠다는 '선전포고'이며 저질스런 선거전략 이다. 기자협회는 성명에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벌어진 한나라당의 대언론 협박전술이 이번 선거에서도 또다시 재연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집권 가능성을 무기로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과 관련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후보는 한겨레가 지난 8월 “BBK는 이명박씨 소유”라고 주장한 김경준씨 인터뷰를 실었다며 5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이다. 이후 대부분의 언론이 이 후보 의혹제기를 하지 않거나 국회의원 또는 다른 언론매체가 이 후보 의혹을 제기해도 침묵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후보 자녀 위장 취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나라당은 언론이 경영난 등으로 거액의 소송에 휘말리는 것을 꺼린다는 약점을 파고들어 특정 언론을 표적 삼아 집중 공략하고 있다. 이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나 그 역할을 박탈하려 하는 반사회적 행태이다.

한겨레 노조가 성명을 통해 “일부 언론에 대한 한나라당의 이런 협박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는 막고 유리한 보도만 내보내야 한다는 ‘5 공화국 식 언론관’에서 기인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일부 언론에 대한 협박과 탄압을 지금이라도 거둬들이고 유권자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매우 타당하다.

한나라당의 일부 언론에 대한 부적절한 태도에 대해 다른 대중매체들이 ‘나 몰라라’하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꼴 볼견이다. 언론의 영역을 지키는 것은 전체 언론의 무한 책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수구 보수 언론의 이중 잣대는 구역질이 날 정도다. 이들 신문은 자사와 관련된 것에 대해서, 참여정부의 대언론 태도 등에 대해서는 언론탄압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정작 한나라당의 반 언론적 작태에 대해 입을 다문다. 이들 언론은 한나라당 후보 당선에 앞장선 보도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나라당이 얼마 전 일방적으로 ‘BBK 사건 종결’을 선언한 뒤 수구 보수 언론은 이를 기정사실화 하듯 관련 보도를 적게 또는 간지에 실으면서 이 후보 대세론을 굳히는 보도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언론이 합작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MBC를 공격하면서 이명박 후보가 언론사 주최 후보 초청 토론회에 불참해 언론을 통한 검증을 거부한 것을 합리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은 17 대선이 BBK 사건으로 혼탁하게 되어 정책 선거의 의미가 퇴색되는 등 선거 문화를 후퇴시킨 데 대해 그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집권을 공약하는 정당이라면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제 후보는 당연히 걸렀어야 하고 언론의 의혹 검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명심해서 MBC에 대해 가하고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를 즉각 멈추고 전체 언론을 포함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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