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자유를 외치던 그 많던 언론사들은 다 어디로 갔나.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 등 제작프로그램과 뉴스보도를 통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 보도에 한나라당이 불만을 품고 지난 23일에 이어 28일에도 노골적으로 MBC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29일엔 "보도를 부풀려 유권자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며 예정된 <100분토론>에도 불참했고, 정종복 사무총장 등 9명의 의원들이 MBC를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MBC와 언론단체만 반발? 지면에서 찾기 힘든 '한나라당 MBC와 전쟁' 기사

이에 당사자인 MBC 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조, 대선미디어연대는 한나라당에 대해 노골적인 언론탄압과 협박을 중단하라며 일제히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잠잠하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신문 지면을 통해서는 거의 전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을 보도해 당사자로서 한나라당이 반발할 수 있음을 인정한다고 해도 그 수위에는 한계선이 있다. 한나라당의 최근 행보는 그 한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섰다. 하지만 29일자 신문 지면에서 이 소식을 찾을 수 있는 곳은 한겨레 뿐이었다.

   
  ▲ 한겨레 11월30일자 사설  
 
이와 관련해 30일자 신문들 중 눈길이 가는 곳은 조선일보 동아일보이다. 두 신문은 참여정부 내내 줄곧 정부를 비판하면서 정부로부터 매번 반발을 사거나 청와대브리핑·국정브리핑을 통해 반박을 당해왔다. 조선 동아는 이를 비판언론 탄압이라고 비판했었다. 또한 정부광고 집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도 조선 동아는 '비판언론 길들이기'라며 정부를 매섭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비판언론 길들이기' 목청높이던 조선 동아, 침묵

그런데 정작 다른 언론사인 MBC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에 불리한 보도를 했다고 한나라당으로부터 '전쟁선포'를 당하고 예정된 토론프로에도 '불참'을 당했음에도 조선 동아는 외마디 언급도 없다.

이날 조선일보에서 눈에 띠는 기사는 8면에 게재된 <정치권, 입맛따라 '검찰 흔들기'>. 조선은 대통합민주신당 국회의원 60여 명이 전날 대검찰청을 찾아 공정수사를 촉구하고, 이명박 후보를 소환조사하라고 밝힌 행위를 지켜보면서 '검찰 흔들기'라는 키워드를 찾아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후보들도 지난 8월 도곡동 수사결과를 발표한 검찰을 찾아 밤생농성을 했고, BBK 수사 전엔 "공작수사를 할 경우 '민란' 수준의 국민적 저항이 있을 것"이라고 압박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 조선일보 11월30일자 8면  
 
조선은 이 기사를 통해 신당이나 한나라당이 모두 "검찰의 정치적 중립" 보다는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점을 지적하려 했다. 이런 문제의식은 검찰에 대한 정치인들의 행위에만 적용되는 것일까. 검찰의 독립 만큼 방송의 독립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한나라당의 주장에 묵시적 동조를 하고 있는 것인지 알 길은 없다.

조선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만 문제? 최태민보고서로 검찰에 압수수색까지 동아는?

또 한 곳은 동아일보이다. 이번 대선과정에서 어느 곳보다 직접적인 '외압'을 받은 곳이 동아일보다. 동아는 지난 7월26일 난데없이 검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다. 동아일보가 발행하는 월간지 신동아 7, 8월호에 실린 '최태민 보고서' 기사의 취재원, 제보자를 파악하기 위한 검찰의 압수수색이었다. 동아는 당시 7월28일자 1, 3, 4면 기사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 침해' '언론탄압' '사생활 보호 침해' '취재원 보호는 언론의 생명'이라고 비판했고, 당시 기자들은 압수수색하러 나온 검찰 관계자들을 몸으로 막으며 저항했다.

   
  ▲ 동아일보 7월28일자 1면  
 
동아일보 역시 30일자에 한나라당의 MBC에 대한 강경대응과 관련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다만 12면에 <검 "BBK, 있는 건 있다, 없는 것 없다" 한다고 했는데…/언제 어떻게 어디까지 수사발표 고민>과 <"이 후보 BBK 거래 의혹은 번역 오류때문">이라는 기사를 게재했을 뿐이다.

각 언론사가 지향하는 보도가치에 따라 지면을 만드는 것이지만 다른 언론사가 정치권력으로부터 '탄압' 또는 '비판'의 대상이 됐을 때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 조선 동아일보는 침묵이라는 선택을 했다. 그동안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국정브리핑의 조선 동아 비판' '정부의 광고탄압' 등 정부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 비판언론 길들이기라고 목청을 높였던 조선 동아일보라면 언론사에 가해지는 정치권의 외압에 대해 최소한의 보도라도 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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