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가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언론을 길들이려 해 언론계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MBC 쪽에 따르면, 이 후보 캠프는 지난 22일 아침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김경준씨의 누나 에리카 김을 30분 간 인터뷰하자 “가만 두지 않겠다”, “우리가 집권하면 민영화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손석희의 시선집중>은 이튿날 한나라당의 반론을 동일하게 보도해주기로 했지만, 한나라당은 당일 예정된 MBC <100분토론> 참석도 거부하며 시청자와 약속된 방송을 결방시켰다.

23일에는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이 서울 여의도 MBC 본사로 찾아가 “보도국장 나와라”, “이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는 내보낼 수 없다”등의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MBC 뿐만이 아니다. 지난 8월 김경준씨 인터뷰를 보도한 한겨레를 상대로 50억 원의 소송을 제기한 한나라당은 지난 16일 10억 원 상당의 소송을 추가했다. KBS에 대해서도 한나라당 일부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 때부터 수신료 인상안을 대선 보도와 연계시키는 발언을 줄곧 해 논란을 일으켜 왔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과 대선미디어연대(집행위원장 권미혁)는 26일 서울 여의도 이 후보 캠프 앞에서 한나라당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상재 위원장은 “이 후보는 일전에도 KBS 사장을 직접 찾아가 협박한 전례가 있었다”며 “1만8000 언론노동자의 이름으로 경고하건대 이 후보는 신문과 방송 앞에서 철저히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제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한나라당은 자신들에게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보도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폭언을 퍼부어 왔다”며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단 하나의 비리라도 끝까지 추적, 낱낱이 보도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 후보 쪽이 유권자의 선택을 도울 수 있는 TV토론에는 제대로 응하지 않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21일 KBS가 편성한 후보초청 토론회의 질문내용을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며 방송 사흘 전에 불참을 통보해 무산시킨 바 있는 이 후보 쪽은 지난 21일 불교계가 주최한 후보초청 토론회도 당일 오전에야 불참을 통보했다.

이 토론회는 불교계가  두 달 전부터 준비해 온 것이다. 이 후보 쪽은 다음 달 1∼2일 KBS·MBC 양 사가 공동 주최하는 이른바 ‘빅3 토론회’ 참석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최근 성명에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의 이 같은 작태는 ‘신종 언론탄압’”이라며 “이 후보는 자신을 검증하는 보도가 싫으면 사퇴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자기들과 관련된 기사를 놓고 언론사의 소유구조와 논조를 위협하는 것은 자신들의 선거전략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상당히 오만한 태도로 언론을 탄압하는 한나라당이 민주정당인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김종화·김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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