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JTV전주방송지부의 전면파업이 21일로 27일째를 맞이했다. 노조 쪽은 사장 퇴진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회사 쪽은 이를 수용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방송위원회는 21일 재허가 추천 심사 청문대상을 발표할 예정이다. 전주방송의 포함 여부에 따라 파업 사태는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전주방송 사옥.ⓒJTV  
 
▷"제작투자 인색, 고액 배당"=언론노조 전주방송지부는 지난달 26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들어갔다. 노사 단체협약 협상의 결렬이 원인이다. 노조 쪽은 △장기근속 수당 지급 △조합원 가입자격 확대 △징계위원회 노사 동수 구성 등을 요구했지만 회사 쪽은 능력급제 실시 수용을 주장하며 노조의 요구를 거부했다. 전주방송 노사는 파업 이후 이달 20일까지 3차례 교섭을 했다. 교섭 결과 회사 쪽이 능력급제 도입 방침은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사항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전주방송지부는 파업 이후 3차례의 상경 집회를 열었다. 방송위가 위치한 서울 목동 방송회관과 전주방송의 최대주주인 일진그룹의 서울 도화동 사옥 앞에서다. 파업의 표면적 이유는 단협 결렬이지만 최종 목표는 김택곤 사장의 퇴진이다. 노조는 파업 돌입 당시 "회사가 지역시청자에게 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투자에는 인색하면서 이익을 내는 데 급급해 경비를 줄이는 데만 주력했다. 이 같은 결과로 얻어진 이익은 고액 배당을 통해 주주들에게만 돌아갔다"고 파업의 배경을 밝혔다. 홍윤기 전주방송지부장은 "비용 절감을 위한 사장의 독단적 경영이 본질적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방송 사측은 "제작비가 '짠' 것은 사실이지만 배당액은 자본금의 3%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역민방 개혁의 지렛대=현재 지역 민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방송사들은 방송위의 재허가 추천 심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방송위는 지난 6일 GTB강원민방과 CBS 등 두 곳을 대상으로 한 2차 의견청취를 마쳤다. 언론노조 산하 민영방송노조협의회와 지역방송협의회는 이날 방송위에 '지역민방 재허가 심사 관련 의견서'를 제출하며 "'봐주기'식 재허가 심사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사장추천제, 소유와 경영 분리 제도화 등을 포함한 지역민방 9대 개혁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언론노조는 전주방송 파업을 지역민방 개혁의 지렛대로 삼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주방송지부도 언론노조와 행동을 같이 하고 있다. 방송위가 21일 재허가 추천 심사 청문대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민방노협과 전주방송은 19일 방송회관과 일진그룹 사옥 앞에서 '지역민방 개혁 과제 쟁취와 전주방송 파업 투쟁 승리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날 조창현 방송위원장을 방문해 철저한 재허가 추천 심사와 심사결과에 따른 강력한 후속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지역방송 경영과 관련된 일부 부당한 행태에 대해 개선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문대상 되면 파업 명분 강해져"=최근 언론·시민사회단체들도 방송위를 압박하고 나섰다. 문화연대는 16일 성명에서 "방송위는 방송을 돈벌이 수단으로 치부하는 경영진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투쟁 중인 전주방송 노동자들을 철저히 외면하겠다는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같은 날 성명을 통해 "방송위는 재허가 심사 때마다 되풀이되는 형식적 심사와 봐주기 의혹을 이번에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단 관건은 전주방송이 청문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다. 전주방송 사측과 대주주 일진그룹 쪽은 노조의 사장 퇴진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전주방송 사측은 "노조가 도덕성에 문제가 없는 사장에게 물러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고 사장 퇴진이 아니라 제도 개선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일진그룹 쪽은 "계열사들은 독립경영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모기업이 관여할 일이 아니라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파업 사태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홍윤기 전주방송지부장은 "전주방송이 청문대상까지 가면 사장 퇴진을 요구할 명분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사장의 경영상 실책을 방송위가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위 사무처 관계자는 "전주방송 등 지역민방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점검했고 파악된 문제점들을 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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